40년 가까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살던 LA를 떠나 북가주로 이사온 지 1년 반이 지났다. 새로운 곳에 와서 살면서 새삼 느낀 것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처음 왔을 때 많은 도움을 받으며 가깝게 지내게 된 이웃 제니와 앨이 둘 다 독신이다. 50대의 백인 여성인 제니는 공무원이고, 60대의 중국계 남자 앨은 의료계에서 일한다. 어떤 이유로 결혼을 안했는지 궁금한 적도 있었지만, 사생활에 관련된 일이라 묻지 않았다.
지난 50년 개인의 자유가 크게 신장되는 분위기에서 결혼에 관한 전통적 규약에도 자유와 관용 또는 분방함이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성인을 기혼과 미혼으로 대별하는 단순한 시대는 지나고, 결혼, 미혼, 이혼, 별거, 사별, 동거, 독신 등의 다양한 양상을 띄우는 시대로 변했다.
이들 중 독신을 제외한 모든 그룹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믿고 일생을 함께 하겠다” 라는 약속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옛날 신화에 나온 대로 사람은 원래 반쪽이고 나머지 반쪽을 찾아서 합쳐야 조화를 이룬 합일체가 된다는 믿음을 실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라는 자아는 반쪽이 아닌, 존엄성을 갖춘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고 믿기 때문에 반드시 짝을 찾아야 한다는 관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고, 결혼은 자유를 잃어버리는 일종의 모험이 된다.
결혼이란 자연을 따르는 순리이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이 지배했던 전통 사회에서는, 결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사고는 설 자리가 없었다. 나 역시 대학에서 서양문화사를 공부하면서, 결혼을 선택으로 받아들여준 서구사회의 유연성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생각이 난다.
17세기 영국의 정치가요, 철학자, 수필가, 그외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프란시스 베이컨은 ‘결혼과 독신 생활에 대해서’라는 에세이에서 두 생활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역사상 인류를 위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가장 소중한 아이들을 통해서 후세에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독신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이다.” “독신들 중에는 인정사정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에세이는 주제에 대한 찬반을 유보하면서, 객관적으로 분석 비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글도 예외가 아니다. 그 자신은 40세가 넘은 나이에 결혼했는데, 결혼생활이 평탄치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인지 중립적 위치를 지켰다는 글이지만, 결혼보다 독신생활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느낌이다.
독신과 결혼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개개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다. 지난 1960년에 비해서, 50년이 지난 2012년에는 미혼의 숫자가 두 배로 늘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구태여 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독신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 중에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결혼할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독신을 선택해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의 기본권리 중 하나인 행복의 추구를 위해서, 결혼을 선택했든 독신을 선택했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지켜야 할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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