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부터 10년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미국 ABC 방송의 ‘러브 보트 (The Love Boat)’ 라는, 온갖 꿈같은 시설에 꿈같은 일들로 채워진 TV 쇼를 보며 환상에 싸였던 적이 있었다. 크루즈 여행, 누구에게나 꿈같았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부산으로, 제주로 다니며 정박하는 크루즈 배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크루즈 여행에서도 몇가지 알아두면 유익한 사항이 있다. 먼저, 배 멀미 등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객실을 배의 전후좌우 중앙 부분으로 잡는 것이 좋다. 동서 방향보다는 남북으로 항해하는 배들이 더 흔들린다. 이를테면, LA를 떠나 알래스카로 가는 크루즈이다.

객실에는 등급이 있는데, 창이 없는 안쪽의 아래층 선미 쪽이 제일 싸지만, 너무 싼 것만 찾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아래층 뒤쪽에는 기관실이 있어서 소음이 심하고, 바로 위층은 카지노나 식당이 있어 설거지 등의 소음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기도 하다.

굳이 창이 있는 방을 구할 이유는 없지만, 베란다가 있는 방은 항해 중 찬바람이 들어와 열어 두기가 곤란하다. 객실은 잠자는 일 외에는 크게 소용이 없고, 대부분의 시간은 선실 밖에서 보내게 된다.

크루즈 배들은 주로 독일이나 일본에서 건조되는데, 일본에서 건조된 배들은 좁은 선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화장실의 좌변기를 높게 매달아서 동양인에겐 앉기에 불편할 수가 있다.

객실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본인이 크루즈 회사의 홈피를 통해 직접 계약하는 것을 권한다. 똑같은 등급의 객실이라도 가격이 매시간 또는 매일 바뀐다. 만약 자신의 객실과 동급의 값이 떨어졌다면, 크루즈 회사에 전화해서 한급 높은 방으로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요청할 수가 있다.

여행사를 통해 구매했다면, 여행사를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하다. 이는 크루즈 회사가 여행자가 아니라 여행사와 대금 결제를 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직접 지불했다면, 출발하는 날까지 온라인으로 체크하며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아직 판매 안 된 객실이 남았고, 출발일이 가까우면 값이 마구 떨어진다. 반면 마지막까지 기다리면, 출발지까지 가는 항공료가 오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은퇴해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라도 출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바겐세일을 즐길 수 있다.

유럽의 다뉴브강 등 강을 다니는 크루즈 배는 대양 크루즈 선박에 비해 아주 소형이므로 특별한 선내 프로그램이 없는 대신 포도주나 맥주 등 음료를 무제한 제공한다. 하지만 술꾼이 아니라면 글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크루즈에서 특별히 고려해야할 사항은 항구에 도착할 때마다 지불하게 되는 그 도시 일일 관광료이다. 이것이 생각 외로 비싸므로, 미리 정박 도시에 관해 공부를 좀 해서 그 도시의 관광사나 택시 회사와 온라인으로 직접 계약할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도 있다. 배 출발 시간이 지나서 부두에 도착하거나, 납치라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신이 그 도시를 걸어 다니며 구경하거나, 그 도시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여행 시 필수 준비물은 해열제이다. 발열이 되어 선내의 의사에게 진찰을 받게 되면 그 즉시 선실에 격리된다. 밀폐된 공간에 순식간에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기가 든다할 때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아는 만큼, 준비한 만큼 여행은 안전하고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