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처럼 새 옷을 하나 샀다. 신이 나서 집에 오자마자 세탁기를 돌렸다.
아뿔싸. 한번도 입지 않은 나의 새 옷은 세탁 후 길이가 10cm쯤 줄어 있었다. 특별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옷감이 아니라고 생각해 드라이어에 넣고 돌렸는데 그 과정에서 사이즈가 두 단계는 줄어버린 것이다.
미국에 와서 몇 개월만에 변해버린 나의 세탁 습관 때문에 벌을 받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햇살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빨래 건조기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세탁기보다도 훨씬 전기를 많이 먹을 뿐만 아니라 옷감도 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 때 나는 나름 환경 의식이 투철한 편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코드를 늘 뽑아 놓는다든가, 아이들이 하교한 후 교실에 혼자 있을 때는 웬만큼 더워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여름엔 더운 게 정상’이라며 땀을 흘리기도 했다.
분리수거, 재활용, 물건 아껴서 오래 쓰기 등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살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사라진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 협약, 교토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대표적인 나라 미국에 살면서, ‘나 하나라도’ 했던 생각이 ‘나 하나쯤이야’ 로 바뀐 것이다. 작아진 옷을 떠올리며, 오늘은 햇살 아래 빨래를 말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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