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생겨 버클리 심포니에서 봉사를 했다. 2015/16 오케스트라 새 시즌을 맞이해서 지금까지 기부한 사람들을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고 후원금을 조달받기 위해 새 스케줄과 감사장을 봉투 안에 넣어 우표를 붙이는 일을 맡았다.
소소한 일이라도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다. 수 천장의 팜플렛과 감사장을 봉투에 넣는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손의 동선이 읽혀진다. 봉투의 방향에 따라 열고 닫을 때 손목이 꺾이는 횟수가 늘어나기에 팜플렛과 봉투의 위치를 바꿔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참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소함이 결국 일의 효율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우표 붙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상자에 빼곡히 정리되어있는 봉투들을 하나씩 꺼내기보다는 봉투 모서리만 올려 우표를 가까이 대서 붙이는 게 내 방식이다.
경쟁구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일을 마무리하자 담당자의 감탄사가 들린다. 일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개인적 실력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로렌스 과학관에서 일했을 때 깨달았다. 전시관마다 돈을 받고 일하는 대학생과 봉사시간을 채우려는 고등학생 봉사자들이 배치되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가만히 앉아 시간만 때우고 가는 경향이 있었다.
대학생 동료들은 돈을 받고 일하니 쓴 소리도 못하고 지켜만 볼 따름이다. 앙금이 깊어져가던 중 고교생들에게 훈계를 하기보다 손님들과 교류해 볼 것을 부드럽게 제안해보았다. 할 일을 지시해주니 학생들은 꽤나 성실히 임했다.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던 것이었다. 일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지휘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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