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의 나의 교사생활은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서, 교육학 강의를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정규교사가 되려면 주에서 요구하는 소정의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막상 강의를 듣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교수들의 강의 내용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제해결 능력’ ‘분노 조절법’ ‘또래 압력’ 등이 강의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였기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서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학생들을 좋은 시민(Good Citizen)으로 양성하는 것” 이라는 생소한 이론에 나는 동의하기는커녕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그때만 해도, 교사의 의무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 과학 등 중요한 과목을 잘 가르쳐서, 장차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믿었고, 명문대학 졸업장이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고 출세하는데 큰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명문대 입학은 곧 성공한 인생’ 이라는 공식에 동조했던 나에게, 교육의 목표가 ‘좋은 시민 양성’이라는 주장은 세상 물정을 한참 모르는, 정신없는 사람의 주장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십년의 교사생활을 통해서 나는 옛날 강의실에서 거부감을 느꼈던 강의 주제들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앞으로 100세 인생을 살면서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당황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당면한 문제를 차분히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내서 위기를 극복하는 문제해결 능력이 SAT에 나오는 영어 단어 몇 개를 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좋은 시민’은 선량한 보통사람이다. 선량한 보통사람이라면 범죄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저지르지 않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좋은 시민’으로 교육시킨다는 것은 그저 준법시민으로 교육시키는데 한정된 것이 아니다. 좋은 시민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국가가 좀 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고 협동하는 시민이란 뜻이 들어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일찍이 “당신들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권고와 상통하는 사고이다.
성공하려는 의욕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또 성공을 지향하는 것과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은 상호 배치되는 목표도 아니다. 다만 건전한 시민의식이 결여된 성공제일주의는 공평하고 살기 좋은 민주사회 형성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인들의 미국거주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국 본토인들의 생활 방식, 시민의식, 가치관을 관찰, 비교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소수의 천재들이 이끄는 사회이지만, 다수의 좋은 시민들의 참여가 미국을 강대국으로 지탱하는 저력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많은 한인들이 자녀교육 지침으로 삼았던 ‘명문대학 = 성공인생’ 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면 어떨까? 그 대신 ‘알찬 교육 = 행복한, 좋은 시민’이라는 공식으로 방향을 바꿔 보면 명문대학 집착증 때문에 최근 일어난 한 소녀의 거짓말 사태 같은 불행한 사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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