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류와 무심류
여러 사람과 바둑을 두다보면 바둑 두는 스타일이 천태만상으로 다름을 느낀다. 무턱대고 바둑판 중앙에다 집을 지어 보겠다고 포석부터 웅대한 꿈을 꾸는 몽상가 형, 집은 짓지 않고 처음부터 상대편 진영에 돌진하여 전투를 벌이는 승부사 형,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세력을 쌓아가는 것도 아닌 요상한 수(手)로 상대를 유혹하는 사냥꾼 형, 자그마한 집이나마 한집 두 집이라도 만들기에 바쁜 실리 위주 형….
바둑판을 앞에 놓고 벌어지는 스타일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세술(處世術)로 바둑판 속에서 다시 재현되는 것 같이 보인다. 바둑 두는 사람의 개성과 취향이 한판의 바둑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전문 프로기사가 되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스타일이나 취향을 넘어서 기풍(棋風)이라는 독특한 개성이 창조된다.
현대 일본바둑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렸다고 인정하는 우주류의 창시자 다케미야(武宮正樹) 9단은 천원에다 상상할 수 없는 큰집을 짓고 침투하는 적을 몰살시키는 수법으로 유명하다.
‘조제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한국 바둑의 영원한 국수(國手) 조훈현 9단은 바둑 두는 솜씨가 날렵한 제비 같다고 해서 제비류의 원조라고 불린다.
제비류의 천적(天敵)으로 사제 간의 혈투를 불러일으키며, 승부를 떠나 추호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침묵과 무표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무심류(無心流)의 이창호 9단도 있다.
천상천하에 그 누구도 두려울 것이 없다며 진검승부의 달인으로 세계바둑계를 경악케 한 이시대의 승부사 쎈돌 이세돌 9단의 천하류도 있다.
이러한 초일류기사들의 기풍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다. 본래의 타고난 성격에다 가지고 있는 재능과 노력이 가미되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기만의 꽃
사람은 완전하지 못하다고 한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내가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잘나고 못나고를 무엇으로 구분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바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보면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개성과 스타일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이민 70년대, 80년대 세대는 어려운 시기에 이민을 시작하였다.
전공을 버리고 생업에 종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언어라든가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사업과 직업의 선택의 폭이 좁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민생활과 직접 관계된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정된 업종에서 서로 부딪치고 경쟁관계로 발전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같은 업종의 사업을 하더라도 자기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이민 선배나 남이 하는 식을 모방하면서 서로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 한인들 사이에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의 날씨에 이름 모를 풀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다양한 색깔로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듯 보인다.
바둑기사들에게 기풍이 있듯이 저 풀꽃들도 나름대로 개성을 창조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알아주던 말든 자기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면서….
choi1581@daum.net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