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인연합회 임원이었던 이 모 씨는 아직도 그 때를 잊지 못한다. 코러스 축제를 위한 모금 활동을 하던 중 한인사회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조심스럽게 방문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아예 무시하고 상대를 안 하려고 합디다. 마치 구걸 온 것 같은 사람 취급을 하더라고요. 한인들을 위한 축제를 위해 자원 봉사한다는 자긍심은 싹 달아나고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데요. 한인들을 상대로 큰 돈을 벌어 다른 업소까지 차린 그 식당 주인의 행태에 정나미가 확 떨어졌어요.”
행사등 기부 요청에 ‘완전무시형’
때때로 적선하듯 ‘싸가지 기부형’
한국에만 거액 ‘공공의 적’유형
이 씨가 울화통을 터트리는 그 식당은 워싱턴에서 기부를 전혀 안하는 대표적인 업소로 이미 악명이 자자하다.
돈은 벌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사람들. 미국에 이민 와, 고생 끝에 부를 축적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나눔의 실천에는 소홀한 이들이 많다. 아예 기부문화와는 담을 쌓고 지내 2%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와는 달리 주류사회나 교회기관 같은 데에는 도네이션을 아끼지 않지만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기부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도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자들도 있다.
한 대형 기업을 운영하는 모 씨는 철저하게 ‘목적성 기부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자신과 직접 관련된 기관에는 거액의 기부로 종종 언론에 기사화되지만 정작 자신이 사는 한인사회 기부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여러 종류의 비즈니스를 통해 큰 부를 축적한 모 인사는 자신이 다니는 종교기관에는 헌금을 아끼지 않지만 한인 커뮤니티에는 한 푼도 내지 않는 걸로 이름 나 있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여러 대형 업소들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기부 요청이 올 때마다 때때로 응해주긴 하나 마치 적선하듯이 줘 ‘싸가지 기부자’으로 분류된다.
한 봉사단체의 관계자 김 모 씨는 “그동안 많은 기부금을 받아왔지만 부자들 보다는 오히려 큰돈이 없는 분들의 참여가 훨씬 더 많다”며 “한인사회란, 공공의 재원이 없이 개인의 헌신과 기부로 이뤄지는 공동체인 만큼 참여의식이 절실하다”고 기부에 인색한 한인 부자들을 꼬집었다.
한인 부자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낮은 기여도는 볼티모어 폭동사태로 피해를 입은 한인 업소 돕기 모금운동이나 현재 추진 중인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 건립운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볼티모어 폭동 피해업소 돕기 모금캠페인에는 20만 달러에 가까운 성금이 모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소규모 자영업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무명의 한인들이었고 부자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커뮤니티 센터 건립 준비위의 한 인사는 “현재 20달러씩 내는 소액 모금운동에는 활발한 참여가 있지만 큰돈을 버신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어 아쉽다”면서 “기부문화 정착을 가로막는 여러 이유들도 있겠지만, 공공의 이익에 대한 인식과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인 부자들의 저조한 기부행태에 비해 미국인 부자들의 기부는 수많은 싱크탱크와 문화예술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미국을 더 풍요롭게 하는 원천적 힘이 되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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