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며 삶의 교훈 터득하는 다니엘 이 변호사
그의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 34분.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세운 2시간 29분 19초 보다 5분 정도 느린 기록이다.
2시간 4-5분대를 주파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시대에 관심을 끌만한 실력이 아닐지 모르지만 현재 그가 연방 법무부(Civil Right Division) 민권부서에서 35세의 고문변호사라는 사실을 알면 생각은 크게 달라진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15년 정도 됐습니다. 아침저녁 뛰어서 출퇴근하죠. 7마일 정도의 거리를 40-45분에 주파합니다. 아침에는 뛰면서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합니다.”
이 씨의 마라톤 실력이 범상치 않은 것은 그가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의 입상 기록을 몇 개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2012년 보스턴 마라톤 100위, 2014년 JFK 50마일 얼트라 마라톤 7위, 올해 4월 100km 얼트라 마라톤 56위. 물론 아마추어끼리의 시합에서 얻은 성적이 아니라 프로를 포함한 경쟁에서 당당히 세운 기록이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약간 마른 듯한 체형은 마라톤에 매우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신체적인 조건이 탁월한 실력의 전부는 아니다.
“케냐에서 일 년 간 지낼 때 마라톤 선수들과 함께 연습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달리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배웠죠. 자신을 거의 극단에 이를 정도로 밀어붙이는 겁니다. 조금 더 지나면 몸이 망가질 만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낫다면 그런 자세로 연습에 늘 임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에든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철학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통해 배웠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성실하게 일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매사를 열심히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지금도 사업을 계속 하시면서 나이 보다 훨씬 젊게 사시는 아버지를 보며 성공의 비밀을 알게 됐다.
이 변호사는 “아버지는 이민자로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으셨는지 모르지만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을 자식들에게 교육시켰다”고 말했다.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와 윌리엄 & 메리 대학,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남부럽지 않은 학력이지만 그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예를 들자면 입학 시험 등) 운이 따랐다”며 “사실 형에 비하면 난 그리 성공하지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형 데이비드 이 씨는 버지니아 호스피탈 센터의 의사이고 형수도 조지타운대 병원의 의사다.
하지만 그는 마라톤을 하며 결과로 인생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결과가 어떠하든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했다면 승리한 인생이라는 신념이다. 또 출발이 좋았다고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일. 마라톤대회에 나가보면 출발신호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 가운데 좋은 성적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라톤 경기 도중 고비는 늘 찾아온다. 적으면 한두 번. 많으면 4-5번. 그 때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몸과 머리는 ‘이 속도로 달리면 위험하다, 포기하라’고 신호를 계속 보내지만 속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연습을 했고 그대로 되리라는 확신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 유혹에 지면 레이스는 끝납니다. 의심을 떨쳐 버려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물론 대처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10대 청소년이라면 학교 공부에 그 교훈을 적용할 수 있겠죠. 독서량, 숙제, 시험 준비 등을 매일매일 충실히 한 학생들이 결국 좋은 성적을 얻게 됩니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지만 이겨냈다. 그리고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믿는다. 자신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마라톤에서 단련된 탓이다.
“US 100km 울트라 대회에서 56등으로 들어왔을 때 앞에서 달린 55명을 생각하면 속상할 수 있죠. 그러나 저는 작전대로 뛰었습니다. 내가 쏟아 부은 노력, 훈련을 생각하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느 직업을 갖고 있든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봐야 합니다.”
지금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잠깐 연습을 쉬고 있지만 내년 대회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또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이 변호사의 성공 기준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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