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마빈 토케이어의 탈무드 요약집을 읽을 때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이 정치와 종교에 대해 토론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말 된다’ 정도로 생각했지만 사회생활을 할수록 유태인의 지혜 수준을 인정하게 된다.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견’을 갖고 있어서 그 문제점이나 논리적인 왜곡 등을 지적하는 순간 대부분 얼굴색이변하고 목소리가 갈라지는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곤 한다.
LA에서 34년간 한 교회에 출석하면서 대형 교회들의 성장과 쇠퇴 과정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많이 지켜보았다. 교회마다 개별적인 사정과 상황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교회가 분란을 겪는 근본원인은 같다. 겉으로는 어떠하든 한 꺼풀 벗겨보면 십중팔구 돈 문제이고 헌금 낸만큼 힘을 행사하려드는 장로 등 교회 지도자들의 권력투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교회들은 명망 있는 목사를 스카웃하고, 목사의 인기도가 교회성장에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스카웃해 온 목사가 인기가 없다면, 신도가 줄고 헌금이 줄어들 것이고 그래서 재정이 어려워지면 교회 직원들을 줄이고 각종 교회 사업들을 줄이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교회 내에 분규가 생기고 교인들이 둘로 갈라져 딴 집 살림을 하고, 결국은 교회 부동산이 투매되고 … 하는일련의 과정을 수차례 목격했다.
문제는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싹둑 잘라지지 않을 경우, 지저분한 분쟁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분쟁의 불씨가 일반 신도들에게 번지면서 교인들이 무리를 지어 싸우는 사이 닭장에 쌓인 계란을 본 구렁이, 너구리, 하이에나들이 담을 넘어 교회 안으로 들어오고, 그렇게되면 교회는 되돌아오지 못할 사태로 빠져 들어가는 수가 있다.
교회분규의 클라이맥스는 법적소송인데, 요즘 타운 내 변호사들 중에는 표정 관리가 힘든 부류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교회분규 한건 맡으면 상당기간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교회가 소송에 휘말리면 교인들의 피와 같은 헌금은 변호사비로다 나가고 신도들끼리는 원수가 되는 것이 수순이다.
이런 사태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한탄을 하곤 하지만 돌아보면 종교란 원래 그런 거다. 역사상 제일 많이 인간이 인간을 살해한 원인과 계기는 다 종교 간의 전쟁이다. 구교 신교 싸움으로 게르만 종족은 30년 동안 수백만이 살해됐고, 십자군 전쟁으로 무수한 숫자가 도륙을 당했다.
하나님은 어디든지 다 계시고, 우주 탄생 전부터 멸망 후까지 계신다고 한다. 그러니 교회분규로 상처를받은 신도들은 다른 교회나 집에서 예배를 드리면 되지 않을까. 녹음테이프나 비디오로 훌륭한 설교들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교회분규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열심히 봉사하고 헌금 내며 신앙생활을 할뿐이다. 교회의 장로 등 지도자들이 저질러 놓은 잘잘못에 신도들이 괜히휘말리면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초래한 당사자들이 코 맞대고 싸우며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힘든 세상 살기 지친 신도들이 조용히 예배를 드리며 마음을추스르기 위해 찾는 곳이다. 교회임원들은 이런 신도들을 너무 어지럽히지 말았으면 한다.
LA의 한 대형교회가 내분을 겪고있다. 담임목사에 반대하는 당회나 목사나 조용히 문제를 해결해야 할텐데 점점 시끄러워지고 있다. 갈등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LA에 많고많은 게 한인교회라는 사실을 빨리 깨달았으면 한다.
교회가 이권 문제 등으로 얽히고 설키는 싸움의 장이 된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신도들은 분규에 휘말리지 말고, 조용히 기도에 전념하면서 만성불경기로 인해 지친 자신의 영혼을 추스르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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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성/ 가얀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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