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대도시에서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하면서 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중산층 붕괴현상은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소득계층이 중산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퓨리서치 센터가 11일 발표한 ‘미국 대도시에서 중산층의 붕괴’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4년 14년간 미국 229개 대도시 가운데 203곳에서 중산층이 무너졌다. 이 가운데 뉴욕과 LA, 시카고 등 ‘빅 3’은 중산층 붕괴현상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 퓨리서치 센터는 중산층의 기준으로 연간 총소득 중간 값의 67∼200%를 벌어들이는 가계로 정의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중산층의 소득 범주는 4만2,000∼12만5,000달러다.

4만2,000달러 미만이면 저소득층, 12만2,000달러 초과면 고소득층인 셈이다.

대도시에서 중산층이 허물어진 것은 무엇보다도 제조업 불황으로 일자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간 대도시 노동자 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기간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편입된 도시들은 대부분 경제구조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디트로이트(미시간), 락포드(일리노이), 히코리·로노어(노스캐롤라이나) 등이다.

반면 동·서 해안지역의 대도시들에서는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수직상승을 했다. IT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밀집해 고학력자들이 몰려드는 샌프란시스코가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는 또 1971년 조사에서 중산층이 전체 가구의 61%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산층이 이제는 미국 경제를 떠받드는 다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중산층 붕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2014년 기준 중산층 소득 중간 값은 2000년에 비해 4% 줄었다. 이들이 소유한 순자산(총자산-부채)은 28%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