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143명의 영국 이민자들, 버지니아행
1606년 런던 회사와 플리머스(Plymouth) 회사가 설립되었는데 런던 회사만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이 회사는 국왕이 감독하는 참의회가 런던에서 관리했고 국왕도 어느 정도 통제권을 갖고 있었다. 겉으로는 개인 기업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식민지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1606년의 크리스마스 무렵 런던 회사의 선박 세 척(갓스피드 Godspeed, 수전 콘스턴트 Susan Constant, 디스커버리 Discovery)이 143명의 이민자를 싣고 런던을 떠났다. 회사는 그들에게 봉인한 상자를 하나씩 주었고 그것은 버지니아에 도착해야 열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현지 참의회를 구성할 일곱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을 의장으로 선출해야 했다.
분명 자치체제이긴 했지만 특허장은 회사 소유였고 이민자들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버지니아는 중부 아메리카처럼 폭이 좁을 것이고 그곳을 횡단하면 궁극의 목적지인 중국이나 인도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그들은 몬테주마나 잉카 같은 황금의 땅 혹은 동화처럼 신비한 곳을 발견하기를 고대했다.
청년 선장 존 스미스
5월 초 일행은 마침내 체서피크 만(Chesapeake Bay)으로 진입해 삼나무가 우거진 원시림과 새들이 빨간 날개를 퍼덕이며 떼 지어 놓는 해안을 발견했다. 그들은 봉인한 상자를 열어 참의회를 구성했고 국왕을 찬양하는 뜻에서 그곳에 있는 강을 제임스 강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스페인의 기습을 피하기 위해 30마일쯤 들어간 지점에 최초의 식민지를 건설했다.
최초의 식민지 제임스타운(Jamestown)의 참의회가 선출한 의장은 에드워드 마리아 윙필드였다. 하지만 이 작은 식민지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은 열여섯 살 때부터 모험을 즐긴 명문가 출신의 청년 선장 존 스미스(John Smith)였다. 햇볕에 그을린 아름다운 용모에 끝을 뾰족하게 깎은 검은 수염을 한 존 스미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오랜 궁중신하였다.
물론 몇몇 사람은 그를 시기하고 미워했지만 원주민을 달래거나 그들에게 식량을 구할 필요가 있을 때면 누구나 그를 찾았다. 처음에 인디언은 이들의 작은 함대에 빗발 같은 화살을 퍼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구슬과 털 담요를 받고 옥수수를 내놓았다. 하지만 인디언의 감정은 매우 변덕스러웠다. 때론 친구처럼 제임스타운에 와서 물건을 받고 답례도 하다가 또 때론 도끼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려 배에 있는 대포를 쏘아야 할 경우도 있었다.
추장의 딸 포카 혼타스
함대를 이끈 뉴포드 대장은 다른 임무를 위해 함대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갔고 제임스타운에는 이민자들만 남았다. 제임스타운은 늪 근처 여기저기에 오두막집이 들어선 가난한 촌락에 지나지 않았다. 늘 고여 있는 물과 모기 때문에 말라리아가 유행했고 첫해 겨울에 이미 이민자의 절반이 사망했다.
존 스미스도 자신의 실수로 인디언 추장 포하탄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다. 그가 화형을 당하려던 순간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가 몸으로 덮쳐 그를 구해냈다. 이 극적인 사건으로 스미스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의 반대파들은 그 이야기가 조작된 것이라고 수군댔는데 그는 그런 일을 꾸밀 만한 사람이었고 또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사람이기도 했다.
많은 이민자가 기아에 허덕이다가 죽은 뒤 남은 이민자들은 부족한 식량을 두고 서로 싸웠다. 인디언이 더 이상 옥수수를 제공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을 처음 맞이하는 식민지 주민들을 구출한 사람은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못한다’는 인식 아래 엄격한 통솔에 성공한 존 스미스였다. 여기에다 아사 직전에 뉴포드 대장이 식량을 가지고 돌아왔다.
참혹한 겨울
그때 그는 런던 회사의 독촉도 함께 전달했다. 보석과 진주는? 중국으로 가는 통로는? 버지니아에서 어떤 유망한 상품을 보낼 것인가?
불행히도 식민지 주민들은 대답하기가 매우 곤란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곳에 목재가 있고 영국은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목재와 기타 삼림 산품을 보냈고 회사는 사람들에게 호소해 새로운 자금을 마련했다.
1609년 한 척의 배에 탈 만큼의 여성과 건강한 하인들이 도착해 제임스타운의 음산한 오두막집에 다소 밝은 빛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은 매우 참혹했고 그들은 또다시 아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그들이 물고기를 낚거나 사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병고에 시달리면서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
신용석 번역>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