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이너 전문 회계사가 아니다. 회계사는 얼마나 많은 케이스를, 얼마나 오랫동안 해봤는가가 중요한데 다이너(diner)라는 사업은 내게 낯설다. 그래서 그리스 회계사들을 만났다. 미국 식당협회에서 하는 세미나에도 다녀왔다. 책과 자료들을 구해서 공부를 했다. 다이너에도 정통한 한국인 회계사 - 그것이 2016년 후반기의 내 꿈이다.
사실, 회계사들의 업종별 실력은 이민 역사와 관련이 깊다. 세탁소나 네일, 델리와 슈퍼마켓, 그리고 수산업 같은 업종은 세상의 어느 민족 회계사들보다 한국 회계사들이 잘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1년 동안 주문한 옷걸이 개수를 알면 그 세탁소의 1년 매상이 보인다. 한국 식당은 체크(guest check) 묶음 몇 개만 봐도 대충 연 매상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이너에 자신이 없다. 달걀 100박스가 몇 개의 오믈렛이나 팬케이크로 연결되는지 나는 모른다. 한국 식당과 많이 같지만, 또 많이 다른 것이 다이너. 겉으로 봐도 다르지만, 깊이 들어가 보니 더 달랐다. 어느 그리스 회계사의 도움으로, 자기가 직접 운영하는 남부 뉴저지의 다이너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배우는 학생 회계사로써 정말 천금 같은 기회였다.
같은 의사라도, 피부과 의사가 심장 수술을 잘 할 수는 없다. 심장 수술도 10번 한 의사가 1,000번 한 의사의 경험과 직관을 따라잡을 수 없다.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30년 전, 삼일회계법인에 처음 취직했을 때, 나를 금융업종을 많이 하는 팀에 보냈다. 내가 상고를 나와서 대학에 들어가기 전, 2년의 은행 근무 경험 때문이었다. 얼마 하다가, 전자 항공업종으로 바꿨는데, 거기서 죽도록 고생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세상이다. 거기에 비즈니스가 제일 앞서 나가고, 변호사와 회계사가 뒤를 따른다. 그리고 가장 늦게 법률과 규정들이 따라붙는다. 아무리 완벽한 회계사도 비즈니스 오너들의 머리를 따라갈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한 법률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들을 미리 정해둘 수 없다. 각자의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나는 영어를 잘 하는 후배 회계사들이 플러싱이나 팰리세이즈 팍에만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료산업, 레저산업 등 발전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워 나갔으면 한다. 자신만의 특화 분야(specialty)를 갖지 않으면 유능한 회계사라는 말을 듣지 못하는 세상이다. 모두 다 먹으려고 하다가는, 하나도 못 먹는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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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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