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그가 처음 경선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한 사람의 후보를 세우기 위한 들러리 쯤으로 생각했다.
그의 수많은 막말은 언론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리라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America First, 미국 우선’의 구호를 외치면서 당당히 공화당 후보로 확정이 된 것이다.
트럼프가 쏟아낸 많은 막말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혹은 이야기하기 꺼려했던 이슈들을 거르지 않고 토해 낸 것이다. 그것도 직설적이고 귀에 거슬리는 방법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듣고 싶었던 말을 해 주는 트럼프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쳐다보다 이제는 박수까지 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트럼프의 막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만큼 미국 사회가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내 이웃이 어떻게 살던지, 이웃 국가가 어떻게 생각하던지 상관하지 않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의 표출은 미국의 비극의 시작을 알려주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트럼프는 이제 벽을 쌓겠다고 나섰다. 안으로는 여성 비하와 장애자 무시 그리고 종교적 차별 등으로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벽을 단단히 쌓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밖으로는 아시아와 유럽의 우방국가들과 이익 추구를 앞세우면서 벽을 다시 쌓고 또한 이웃국가 멕시코와는 국경의 벽을 멕시코의 비용으로 쌓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대 공화당 대통령 중에서 존경받는 대통령은 모두 벽을 트는 대통령들이었다. 예를 들면, 남북 전쟁 중에 노예 해방을 선언하면서 남부와 북부의 인종의 벽을 무너뜨린 링컨 대통령과 냉전 중에 베를린 장벽 와해를 선언하면서 동서간의 이념의 벽을 무너뜨린 레이건 대통령을 우리는 기억한다. 두 대통령이 벽을 무너뜨린 것은 정의와 공평을 위한 의도적 행동이었다. 이런 행동은 미국의 가치의 기준을 설정하였고 전 세계에 미국의 위대함을 알린 사건이 되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나는 정치인과 정치가를 생각하였다. 링컨이나 레이건 처럼 벽을 트는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고 정치가이다. 왜냐면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만을 추구하는 자이고, 반면에 정치가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배려와 보장을 연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화당 후보가 된 트럼프는 전직 두 대통령이 무너뜨린 벽을 다시 쌓으려고 한다. 트럼프의 벽 쌓기 도전은 미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벽을 쌓는 사람은 분명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더 심각한 것은 눈에 보이는 벽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 합중국이란 이름아래 이기주의의 등극으로 미국의 남과 북 그리고 동과 서간에 나누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든다.
미국이 위대한 것은 벽을 쌓기 보다는 벽을 허무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직도 허물어야 할 벽들이 남아 있다. 우리는 아직도 산재해 있는 많은 벽들을 과감이 무너뜨릴 대통령을 기대하고 있다. 진정 ‘미국 우선’의 참 뜻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서, 민주주의와 정의의 상징인 미국을 지켜낼 정치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후보자 중 ‘누가 더 정치가적 이타주의를 소유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후보자 중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할 경우 결국 기준은 최소한 ‘누가 벽을 쌓지 않을 것인가’로 결정하는 수밖엔 없다. 왜냐면 미국의 민주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의 가치와 의미는 벽 안에 갇혀서도 안되고, 갇혀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주의 보다 더 무서운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기주의 팽배로 인해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구호는 정녕 ‘America First, 미국 우선’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America Last, 미국 최후’일 뿐이다. “자기가 우선이고 미국은 나중”이란 뜻이다. 결국, 우리의 우선은 ‘이기’보다는 ‘이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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