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70년대 태권도 세계화의 개척자 VA 장송 사범
▶ 미국 고단자회 평화상 수상$요즘은 선교활동 전념

장송 사범이 미주지역의 태권도 최고단인 8~9단 고단자들로 구성된 미국고단자회에서 수여한 평화상 트로피를 들고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태권도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개척자들의 숭고한 열정과 땀이 있었다. 장송 사범(버지니아 센터빌 거주)은 바로 태권도가 세계로 나아가는 길 위의 진실한 파이오니아였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태권도를 전파한 장 사범은 특히 미국 태권도의 역사 위에 꽃씨를 뿌린 파종자이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 태권도 고단자회가 개최한 제11회 태권도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태권도 세계화에 있어 그가 예언자적 사명감을 충실히 감당해낸 존귀한 가치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다.
올해 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장한 체구의 장송 사범이 태권도를 처음 접한 건 6.25 사변이 일어나던 무렵. 한 중국인을 통해 무술의 세계에 빠져든 그는 중앙기독교청년회(YMCA) 권법부의 역사를 잇는 창무관에서 본격적인 수련을 했다 한다.
“당시만 해도 태권도라는 이름이 없었어요. 해방 후 일본 등지에서 귀국한 가라데(당수, 공수) 수련자들이 도장을 내고 가르쳤는데 태수도 등으로도 불리다가 60년대에 와서야 태권도란 명칭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6.25 사변이 일어나자 학도병으로 참전한 그는 55년부터 해군 체육관 태권도 사범으로 10년간 군에 태권도를 보급했다.
특히 그에게는 해외에 태권도를 보급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다. 56년 말레이시아 육사에서의 시범을 시작으로 58년 파나마 복싱경기장에서의 시범에 이어 그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태권도를 선보였다. 플로리다 잭슨빌의 12,000명을 수용하는 레슬링 경기장에서 시합 중간에 한국 소개와 함께 태권도 시범을 보인 것이다.
“사각 링 코너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아리랑 연주 속에 대한민국을 소개하고 태권도 기본동작을 시범하는데 갑자기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야유하고 휘파람을 불어대니 지옥처럼 변했습니다. 당황한 우리가 기본동작을 그만 두고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격파, 호신낙법, 자유 대련을 시범하니 와, 와, 와 하는 감탄소리와 함께 기립 박수가 나왔습니다. 그 순간 태극기를 바라보니 가슴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더군요.”
그해 9월에는 버지니아 노폭에서 시범, 뉴욕에서 TV에 출연해 한국과 태권도를 소개하는 기회도 가졌다. 당시 GNP가 100달러도 채 되지 않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의 태권도 시범단이라고 해봐야 사범 2명에 통역 1명이 고작이었다. 귀국길에 하와이에 들렀는데 한인들이 환영파티를 열어주었다 한다.
“그분들이 우리 손을 꼭 잡고는 지금까지 한국 외교관들 몇 십 명이 부부동반으로 이곳을 다녀갔지만 당신들이야말로 그들보다 낫고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의 아들이요, 진짜 외교관이라고 뜨겁게 격려해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1965년 한국이 월남에 파병을 시작하자 그는 가장 먼저 비둘기 부대의 일원으로 베트남에 파견됐다. 당시 그는 키 월남 수상 경호실과 해군 특수부대에서 태권도 교관을 지냈으며 69년부터 73년까지 월남 육군 제1관구사령부에서 태권도를 지도했다. 이어 캄보디아 육군 신병훈련소 태권도 교관으로 코리안의 이름을 떨쳤다.
“그때는 태권도가 세계에 이름을 처음 알린 시기였지만 지금은 세계 어딜 가나 태권도가 보급되지 않은 곳이 없고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방문한 이란은 태권도 수련자가 2백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이것은 태권도 사범들이 개척자로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10년, 20년 땀 흘려 수고한 덕분이며 이들이야말로 우리 조국의 외교관이요, 국가유공자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1975년 도미한 장 사범은 메릴랜드 한인들의 집단거주지인 켄트 빌리지 회장을 지냈으며 태권도 사범을 1년여 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 직장을 옮겨 20년간 봉직하게 된다.
오래전 은퇴한 그는 요즘 해오름교회의 장로로 실버선교회의 선교사로 신앙생활과 선교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한시도 태권도란 이름을 잊어본 적이 없다 한다.
“저는 세상에서 어떤 명칭보다 태권도 사범이란 부름을 받기를 좋아합니다. 사범이라는 이름 속에는 몇 십 년 땀 흘려 수련한 수고와 지난날의 추억이 있고 무도인의 의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 영원한 태권도 사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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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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