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중심으로 확산… 병가 줄고 생산성은 크게 높아져
▶ 일과 삶 균형 찾기 위한 시도, “경제의 경쟁력 저해” 반대도

하루 6시간 근무제 실시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마티아스 라손이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
<고텐부르그,스웨덴> 스바르텐달렌스 너싱홈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아르투로 페레즈는 일이 끝나면 파김치가 돼 돌아오곤 했다. 치매기가 있는 노인들을 하루 8시간씩 돌보고 나면 3명의 자기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너싱홈이 스웨덴의 새로운 근로시스템 실험 직장으로 선정되면서 섦이 바뀌었다. 직원들 복지 향상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근무시간이 임금 삭감없이 하루 6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페레즈는 에너지에 넘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너싱홈 노인들은 서비스가 이전보다 좋아졌다고들 밝힌다. 싱글 파더인 페레즈는 “우리들이 행복해 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며 행복한 근로자는 더 일을 잘하는 근로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좀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갖가지 방안들의 실험장이 돼 왔다. 많은 스웨덴 직장들은 탄력적인 근무시간과 남성 육아휴직, 자녀 케어 서비스 제공 등 일과 가정을 위한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스바르텐달렌스 너싱홈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 30시간 근무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나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첫 해 결근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생산성과 직원들 건강은 향상됐다. 이 프로그램을 주창해 실시하고 있는 고텐부르그 시의회 진보정당 리더인 다니엘 베르마는 “일주일 40시간 근무제를 40년째 해왔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병가와 조기은퇴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 프로그램이 보편화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부산한 이 도시의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이것을 상당히 유피아적인 어리석은 아이디어라고 비판한다. 스웨덴은 말할 것도 없고 고텐부르그만 전체적으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실시한다 해도 경쟁력 하락과 재정적 압박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의 부시장이자 중도정당 리더인 마리아 리덴은 “이것은 다른 유럽 국가들은 곤경이 빠뜨린 바로 그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리덴은 높은 비용, 그리고 정부가 직장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이 방안을 폐지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녀는 “근로자들에게 일을 하지 않도록 돈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모델을 놓고 프랑스에서도 오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 정권은 지난 2000년 일주일 35시간 근무를 의무화했다. 기업들은 이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추가 고용과 사회적 비용으로 수십억 유로가 지출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노조들은 이 법은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을 강요할 수 없도록 막아주고 있다며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허점들이 많아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주일 40시간 근무로 돌아간 상태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점점 더 많은 스웨덴 기업들이 이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이직률이 낮아지고 종업원들의 창의성과 생산성 또한 추가비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밝힌다. 3년 전 스톡홀름에서 인터넷 서치 최적화를 도와주는 창업기업을 시작한 마리아 브라스는 하루 6시간 근무제를 하고 실시하고 있다.
브라스는 “근무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20명의 직원이 있는 이 회사는 매년 매출과 순익이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브라스는 “시간이 줄어들면 우리는 그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낸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불필요한 이메일 보내는 것을 없애고 회의 시간도 대폭 줄였다. 한 직원은 “하루에 6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다면 당신과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며 “이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며 결과적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병원의 하나인 고텐부르그 살그렌스카 병원도 직원들의 높은 결근율과 과로로 인한 번아웃에 대처하기 위해 비슷한 방안을 도입했다. 이 병원 정형외과는 지난해 89명의 간호사들과 의사들을 하루 6시간 근무제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새로 15명을 채용해 손실 시간을 메우는 한편 수술실 운영시간을 늘렸다. 추가로 한 달 12만3,000달러가 소요되는 실험이지만 이후 병가는 거의 없어졌으며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효율성 또한 크게 높아졌다. 수술실 간호사인 가브리엘 티크만은 “내 능력의 80% 밖에 일을 하지 못하는 지점에까지 다다랐지만 지금은 휴식 취하기가 쉬워졌으며 집에서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도 생겼다,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형외과는 현재 이전보다 20% 더 많은 수술을 하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다른 병원으로 갔을 환자들이 고관절 치환 수술 등을 받음으로써 병원 수입도 늘었다. 수술대기 시간도 수개월에서 수주로 대폭 줄었다. 환자들은 더 빨리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으며 병가가 줄면서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하루 8시간 근무가 적당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생산성을 늘리려면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적은 기업들과 달리 아직까지 대기업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전에 이 방안을 도입했던 스웨덴의 다른 도시들 가운데 이를 폐기한 곳들도 있다. 스웨덴 북부 키루나시는 시청 직원 250명에 대해 지난 16년 간 하루 6시간 근무제를 실해오다 결국 이를 없앴다. 높은 비용과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높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