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 커피머신 고장이 종종 비행기 발목 잡아, 커피머신의 전기 회로망, 배선 잘못되면 화재 위험
▶ 아메리칸 항공, 개당 수천달러 커피머신 대량 교체

집에서 커피를 만드는 것과 기내에서 커피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르다. 뭔가 잘못 되면 비행기 이륙을 늦출 만큼 복잡하면서도 까다로운 것이 비행기내의 커피 메이커이다.
기장은 조종석에 자리를 잡고, 승객들은 사용하던 앞 테이블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고, 그리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도 없다. 비행기는 예정시간대로 곧 이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잠깐. 이때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머신이다. 커피머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되어야 비행기는 이륙한다. 기계로서 전혀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커피 머신이 거대한 비행기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다.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뭔가 중요한 서류들을 잃어버려서, 머나먼 타주에 폭풍이 몰아쳐서, 공항에 비행기들이 너무 몰려있어서 등의 이유를 항공사들은 제시한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승객들이 들으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바로 비행기 내 커피 메이커가 고장 났다는 이유이다. 커피 메이커가 무슨 대단한 장비라고 비행기 이륙을 늦추는 것인지 대부분 승객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월 라이언 파히라는 승객은 이런 불평을 트위터에 올렸다.
“아메리칸 항공 비행기가 빌어먹을 커피 메이커 때문에 게이트로 돌아가야 했다고 하는 데 모를 일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사람들이 각종 먹을거리들을 싣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인류가 이뤄낸 위대한 성취의 하나이다. 그런 엄청난 기적을 이뤄내면서, 말 안 듣는 커피 팟 하나에 점보제트기가 발이 묶여 꼼짝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알고 보면 고장 난 커피 팟 고치는 일이 놀랄 정도로 복잡한 문제이다. 커피 메이커 문제로 인해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는 일이 엄청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아메리칸 항공의 운항책임자인 로버트 이솜은 최근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고장난 것을 고칠 수가 없다면 커피 메이커 전체를 교체할 수밖에 없습니다.”경쟁이 치열한 항공업계에서는 비행기 이륙이 잠깐 지체되는 것도 엄청난 문제가 된다. 비행기 한 대가 잠깐 늦게 이륙하면 그 파장이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수천명 아니면 수백명의 승객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커피 팟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커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적으로 건전하게 항공사를 운영하는 길이 된다.
이솜은 지난 2013년 아메리칸 항공이 US 에어웨이스를 합병할 때 이 항공사에 합류했다. US 에어웨이스는 정시 출발 기록으로 업계 최고 중의 하나인데 이솜은 이 기록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정시 출발이란 출발 예정시간 15분 내에 이륙하는 것을 말한다.
US 에어웨이스의 정시 출발 성적은 아메리칸 항공에 그대로 도움이 되었다. 그해 첫 3개월기준, 아메리칸 항공의 정시 이륙 성적은 83%로 경쟁 항공사들인 델타 항공(86%)과 유나이니트 항공(81%)의 중간을 차지했다.
아메리칸 항공에서 커피 팟 때문에 비행기 이륙이 늦어진 케이스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해 이솜은 밝히지 않았다. 이착륙 지연 케이스를 조사하는 교통국 역시 그렇게 세부적인 정보는 제공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아메리칸 항공 소속 비행기들의 정시 이륙을 돕기 위해 이솜이 점검하는 것은 커피 메이커만은 아니다. 대단히 소소한 일상적 문제들이 비행기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객석 시트에 누군가가 뭔가를 엎지르는 것이다. 직물소재 의자에 뭔가를 쏟으면 비행기 이륙은 지연된다. 왜냐하면 승무원이 젖은 시트 쿠션을 치우고 새 것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석 승객들이 앞으로 점점 많이 보게 될 것이 있다. 바로 인조가죽 시트커버이다. 뭔가를 쏟아도 바로 닦아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기내 커피 머신은 의외로 까다롭다. 가격만 봐도 7,000달러에서 2만 달러 선이다. 게다가 커피 머신은 전기제품이다. 그래서 커피 머신이 작동하지 않으면 단순히 머신 뿐아니라 전기 회로망에 문제가 없는 지 지상 직원들은 확인을 해야 한다. 회로에 문제가 있으면 화재가 날 수도 있고 그 외 다른 위험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비행기 수리전문회사를 운영하는 제프 로우 회장은 기내에 미스터 커피를 하나 들고 들어가면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온갖 종류의 엔지니어링을 거치고 분석을 해서 연방항공청에 그 결과를 보고해야 승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연방 항공청은 커피 메이커로 인해 기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로 차단기, 와이어 절연체 등 각종 안전장치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커피 머신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비원들은 이 모든 것을 검사해서 위험이 없도록 반드시 확인을 하게 되어있다.
커피 머신과 관련한 안전장치는 또 있다. 걸쇠장치이다. 비행 중 기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 커피팟이 튕겨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고정시키는 장치이다. 이렇게 갖춰야 할 것이 많으니 뭔가 잘못 될 것도 그만큼 많다는 말이 된다.
항공 안전규정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들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비행 중 뭔가 잘못되면 손을 쓸 방도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1990년대 이후 기내 흡연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 모든 비행기들은 화장실에 재떨이를 갖추도록 되어 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담배꽁초를 버릴 곳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떨이가 없어서 쓰레기통에 담배를 버리면, 인화성 높은 종이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커피 머신이 고장 났을 때 예비용이 구비 되어 있으면 그것으로 대체하면 간단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도 비행기가 이륙을 할 수는 있다. 단 정비공들이 커피머신으로 가는 수도를 잠그고 전력을 끊어서 기계가 작동되지 않게 한 후에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비행기 승객들은 정시 이륙을 기대하는 한편 당연히 커피도 기대한다. 기내에서 커피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을 승객들은 예상하지 못한다. “아침 비행기를 탔는데 커피가 없다니? 이건 법이나 뭐 그런 거 위반 아닌가?”라고 며칠 전 한 승객이 트위터에 올렸다. 커피가 없다는 걸 미리 승객들에게 알려줬다면 스타벅스에라도 가서 커피를 사가지고 탔을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다.
델타와 유나이티드 역시 커피메이커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아메리칸 항공만큼 심각하게 이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따금 커피 메이커로 인해 이륙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아주 잦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메리칸 항공은 현재 모든 비행기 내 고장 난 커피메이커들을 모두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개당 수천 달러씩 하는 커피 팟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항공의 비행기 중 1/3에 해당하는 보잉737의 경우 보통 기내에 커피 머신 4개를 가지고 있다. 대개 국제선으로 이용되는 큰 비행기인 보잉 777에는 10여개 커피 메이커가 있다. 이들을 모두 점검하고 교체해 커피 머신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이륙 시간을 못 맞춰 승객들로부터 불평을 듣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메리칸 항공 기내 커피 메이커. 개당 수천달러에 달한다.
<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