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볼티모어! 8월의 해풍에 휘날리는 유쾌한 시간 속으로
▶ 이너하버, 내셔널 수족관, 포트 맥헨리 요새

볼티모어 이너하버의 전경(왼쪽), 내셔널 아쿠아리움의 야경(위), 포트 맥헨리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어대도 좀처럼 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세월은 가도 여전히 나만은 불타는 청춘이라고 믿는다면, 아이의 지루한 여름을 떨쳐내 주고픈 부모라면 여기 유쾌한 볼티모어가 있다. 이 도시는 워싱턴에서 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이너하버(Inner Harbor)란 유혹의 포구를 품고 있다. 그 설레는 포구의 미장센에는 거대한 내셔널 수족관도 있어 신나는 해저세계로 인도한다. 더군다나 미국 국가가 탄생한, 함포 사격 속에서도 시상을 자극한 포트 맥헨리가 지척이라 미국 역사의 드라마틱한 한 페이지 속으로 드라이브하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이너 하버
볼티모어 다운타운에 배꼽처럼 들어앉은 이너 하버는 대서양을 연모하는 강의 출발점이다. 파탑스코(Patapsco) 강은 미항 애나폴리스를 지나 체사픽 만으로 흘러 대해로 향한다. 철없는 갈매기들이 한여름의 서정을 덧칠하는 포구에는 바다란 치명적 유혹을 꿈꾸는 보트 무리들이 돛대를 접은 채 건달처럼 건들거리고 있다. 흰빛의 그 보트군 사이로 수상택시(?)들이 분주히 인파들을 싣고 내린다. 도시와 바다를 탐험하는 수륙양용형 배들에 탄 청춘들은 방자한 웃음을 아스팔트 위로 쏟아낸다.
포구를 가득 채우며 정박한, 바이킹들이 탔을 법한 대형 돛단배와 군용 잠수함의 실내를 관광객들이 들락거린다. 물론 유료 투어다. 한낮의 포구에는 재치와 상상력으로 무장한 세대들이 카페와 거리를 무단 점령하고 있다. 노천카페들은 이너하버의 매혹이다. 유럽풍의 카페들은 커피와 해산물과 맥주로 사람들을 불러모아 수다를 떨게 한다. 카페 군락의 2층은 씨푸드 백화점. 생맥주에 생굴을 핥거나 크랩을 뜯는 맛이 만만찮다.
그 2층의 창밖으론 지긋지긋한 문명의 독소에 피폭된 자들을 위한 해독제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포구와 떠나가는 배, 그리고 물빛보다 푸른 하늘. 그 좌우에는 아쿠아리움과 사이언스 센터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포구에서 많은 사람들은 떠나가는 배를 응시하며 역마를 생각하지만 이 이너하버에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저 바다의 들뜬 눈망울을 기억하며 자신의 성취와 정주의 안락함을 떠올린다. 흥청거리는 인적의 이 포구엔 분명 8월의 바람에 휘날리는 유쾌함이 있다.
▲가는 길: 벨트웨이 495번에서 95번 North 볼티모어 방향으로 나가 달리다 Exit 53번 볼티모어 다운타운 쪽으로 빠져나간다. 왼쪽에 전철이 보이고 프로야구 오리올스 구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구장 앞 Conway St이나 Pratt St에서 우회전하면 곧바로 이너하버가 나온다. 주차장은 하버 입구에도 있으나 늘 자리가 부족하며 인근에 그리 비싸지 않은 사설 주차장이 여럿 있다.
볼티모어 내셔널 아쿠아리움
이너하버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들면 국립수족관(Baltimore National Aquarium)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바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많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키운 관광명소중의 하나다. 1981년 8월 개장한 이 수족관은 미 동부 최대 규모로 다양한 볼거리와 수중 교육 현장으로 적격이다.
현대적인 외형의 건물은 5블락에 걸친 원형 수조의 안쪽 통로를 걷는 동안 1층에 도착하는 특이한 구조를 지녔다. 맨 위층에는 열대 우림을 만들어놓은 식물원이 있다. 대서양 산호초 모양의 타원형 대형 수조와 열대 우림을 재현한 방이 볼만하다.
수족관을 둘러보다가 유리관 사이로 대형 상어와 맞닥뜨리는 놀라운 경험도 하게 된다. 휴일에는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뤄 입장 시간표를 받고 한참 기다리는 수도 있다. 입장료 성인 39.95달러. 3-11세 24.95달러. 60세 이상 노인 34.95달러. ▲주소: 501 E Pratt St, Baltimore, MD 21202
포트 맥헨리
볼티모어 이스트 코트 애비뉴에는 미국 국가가 탄생한 요새인 ‘포트 맥헨리(Fort McHenry)’가 있다. 로커스 포인트에 위치한, 1814년 영국과 미국의 전투 격전지였던 이곳은 매년 65만 명이 방문하는 볼티모어의 명소이다. 포트 맥헨리는 볼티모어 항구를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요새로 깊고, 넓게 파인 해자로 외부를 둘러싸고 5개의 별첨이 있는 형태로 지어졌다. 후에 미 국가로 채택이 된 프랜시스 스캇 키(Francis Scott Key)의 시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의 변호사였던 프랜시스 스캇 키는 볼티모어에서 포로교환 교섭을 하다 영국군에 잡히는 신세가 됐다. 그는 이 요새의 가까운 곳에서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은 배를 타고 함포 사격의 모습을 목격했다. 9월4일 아침 그는 소낙비 같은 영국군의 포화 속에도 여전히 펄럭이는 성조기 깃발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바로 그날 아침, 시를 지었다.
이후 ‘별을 박은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미국의 국가 가사로 채용되었다.
포트 맥헨리는 2차 세계 대전 때는 미국 해안 경비대의 기지로 사용되어, 볼티모어 항구를 지켰다. 1925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39년 다시 ‘미국 국립 기념물 및 역사적 성지’로 지정되었다.
몇 해 전에는 포트 맥헨리 관광교육센터가 세워져 실물 크기의 키 동상을 비롯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들이 소개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10달러이며 16세 이하는 무료다.
▲주소: 2400 E Fort Ave, Baltimore, MD 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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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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