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버나디노 산불 한인피해 현장을 가다- 필랜 지역 천스농장 등 7곳 전소
▶ 주택·기도원·수녀원 등 큰 손실, 사방에 잿가루 숨쉬기도 힘들어

샌버나디노 산불로 농장 주택 등 시설물 전소 피해를 입은 필랜 인근 천스 배 농장의 천부자(오른쪽)씨가 불에 타 시커멓게 변해버린 건물 앞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민 후 쏟아 부었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네요”
샌버나디노 카운티 필랜에서 배를 재배하는 ‘천스농장’을 운영해 온 한인 천부자(76)씨는 18일 시커먼 잿더미를 보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찾은 것이라곤 한때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건물의 토대와 시설물의 앙상한 뼈대 뿐이었다.
지난 16일 카혼패스 인근에서 발화된 뒤 엄청난 기세로 샌버나디노 일대를 초토화시키며 사흘째 타고 있는 ‘블루컷 산불’은 생각보다 심각한 한인 피해를 남기며 확산되고 있다.
18일 블루컷 산불의 불길은 필랜 등 주택가를 포함해 총 3만1,000에이커 이상을 집어삼킨 뒤 라잇우드 지역 등 앤젤레스 포레스트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 10여곳의 한인 주택과 농장, 웨어하우스 및 종교시설 등이 전소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이날 이번 산불이 시작된 138번 도로를 따라 거주하고 있는 한인 50여가구의 피해를 확인한 결과 138번 도로 인근에서 최소한 한인 7가구가 전소되고 한인 운영 농장과 기도원, 교회 등의 시설이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의 소실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산불 발생 직후 긴급히 몸만 대피한 상당수 한인 주민들은 아직 피해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현재 전소 피해를 입은 한인 시설들은 ▲천스 배 농장의 주택 ▲대관령 농장 일부 및 웨어하우스 ▲왕대추 농장 ▲오리 농장 ▲김기자씨 주택 ▲열린문 기도원 비닐하우스 및 축사 ▲순교자들의 선교 수녀원 등이다.
피해 한인들은 18일 도로 통제를 뚫고 거주지나 사업체로 돌아와 소실 피해를 확인하고 망연자실 충격에 빠졌다.
농장 일부와 주택이 전소된 천스 배 농장의 천부자씨는 이날 전소된 시설을 보는 순간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필랜 지역 열린문 기도원의 일부 시설이 소실 피해를 입은 가운데 함께 피해를 입은 윤여용 대관령 농장 대표가 18일 이 지역의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1991년 남미에서 3남매를 데리고 LA로 이민온 뒤 2년 전 세상을 뜬 남편 천종철씨와 함께 1996년부터 필랜에서 농장을 운영해 왔다는 천씨는 시설에 대한 화재보험도 들어 있지 않다고 밝힌 뒤 “뭐라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후손들에게 작은 유산이라도 남겨주기 위해 20년 동안 농장을 운영하며 죽을 고생을 했는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것을 보니 눈앞이 깜깜하다”며 흐느꼈다.
이들 한인 시설들을 비롯해 필랜과 인근 지역에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모두 검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138번 도로를 따라 불길이 확산되던 것이 차츰 소강상태로 변경, 현재는 일부 지역만 연기가 날뿐 전날보다 상당부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짙은 재와 연기로 인해 이들 지역은 마스크 없이 호흡이 어려운데다 강풍으로 잿더미가 날려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등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셰리프국은 산불 현장의 안전 유지와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절도 피해를 막기 위해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샌버나디노 지역 138번 도로 인근에서 예술사랑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김성일씨는 “처음에는 아랫 부분에서 불길이 시작되더니 바람을 타고 집 방향인 북쪽으로 향해 집을 포기하고 친구네 치노힐스로 대피했었다”며 “다행히 시설물은 큰 피해가 없지만 불씨가 날리고 재로 인한 피해를 본 주민들이 많아 큰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18일 현재 산불 현장 인근 15번 프리웨이의 통행은 양쪽 차선이 모두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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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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