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조지워싱턴의 고별식
1783년 12월 4일 워싱턴은 뉴욕에서 사령관직을 사퇴했다. 그는 술집에 모인 참모부의 장교들과 프랑스식으로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말없이 배까지 따라가 뉴욕 부둣가에 나란히 선 채 워싱턴이 뉴저지로 떠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워싱턴은 말을 타고 회의가 열리던 아나폴리스에 출두해 장중하게 총사령관 직책을 내놓았다. 워싱턴이 참석한 모든 의식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위엄이 넘쳐흘렀다. 그는 보고서를 상세하고 정확하게 제출했지만 연설은 짧게 끝내고 군대를 연합회의에 일임했다. 며칠 후 고향인 마운트버넌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겸허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연합회의는 피트 요새의 무기와 군수품을 지키기 위한 25명, 웨스트포인트의 55명을 제외하고 전원 제대를 명령했다. 이때 군인의 봉급 지불 증서를 발행했는데 그 가치는 급속히 떨어졌고 일부 제대군인은 싼값에 팔아치웠다.
-아메리카연합
이제 아메리카연합이 역사라는 대양에 배를 띄웠다. 어떻게 하면 침몰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을까? 과거에 페르시아인이 그리스에서 철수하자마자 그리스연맹이 분열했듯 일단 위기가 사라지면 아메리카연합도 분열하지 않을까? 13개 주는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다르고 아르고스가 테베와 다르듯 제각기 다르게 보였다. 각 주를 결속하는 유대로는 연합규약만 있을 뿐이었다.
연합회의에서는 각 주가 한 표의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고 3개 주가 반대하면 중요한 안건의 통과를 저지할 수 있었다. 제임스 매디슨(1751~1836, 제4대 대통령. 역자 주)은 말했다.
"정치에 강제 관념이 필요한 것처럼 법률에는 제재 관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메리카연합에는 사법권이 없었기 때문에 결정사항을 강제로 시행할 수 없었다. 의장이나 연합회의도 실질적인 권위가 없어서 국가에는 사실상 지도자가 없었다. 이론상으로 연합회의에는 지폐 발행, 차관 업무, 우편제도 창설, 인디언 문제와 주간 분쟁 조정 등에 대한 권한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무력했다.
이런 상태는 각 주가 마음속에 은근히 숨기고 있던 희망과 일치했다. 보스턴의 선주들은 남부의 여러 주가 단합해 북부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이 의회가 강력한 권한을 쥐는 것을 원치 않았다. 버지니아의 농장주들도 양키 상인에 대해 같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정부체제는 정통성을 확립하기 전에 자신의 실력을 실증해야만 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아메리카연합은 이제 평화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했다.
-서부지역 분배
아메리카연합의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애팔래치아 산맥과 미시시피 강 사이에 있는 드넓은 서부지역을 분배하는 것이었다. 7개 주에는 특허장에 따라 서쪽으로 무한정 뻗어 나갈 권리가 있었기에 그대로 실행하기를 바랐다. 반면 그런 권리가 없는 주, 특히 메릴랜드 주는 항의를 제기했다. 메릴랜드 주는 만약 특권을 가진 소수의 주가 서부 영토를 전부 합병하면 연합의 균형이 파괴될 거라고 강조했다. 메릴랜드 주는 처음부터 북서부 지역을 공동소유로 해서 새로운 주를 창설할 만한 인구가 생길 때까지 연합의회에서 관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메릴랜드 주는 이 방안을 채택할 때까지 연합규약에 조인할 수 없다고 버텼다.
1781년 뉴욕 주가 이 제안에 찬성했고 제퍼슨의 노력으로 버지니아를 비롯해 특권이 있던 주가 이를 따랐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다. 만약 북서부 지역을 국가 소유로 하지 않고 인접한 몇 개 주가 개발했다면 그들은 균형을 파괴할 만큼 강대해져 다른 주를 위협했을 것이다.
광대한 지역을 공동 소유한다는 조건은 13개 주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공동 의무를 느끼게 해 연합의회에 구체적인 권한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이때부터 아메리카연합의 국가적인 주권이 실제로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메릴랜드 주는 이기적이고 완고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사실은 그 작은 주가 특유의 완고성으로 한 대국의 기초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
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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