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소매점과 달리 EMV카드 결제단말기 설치 늦어져 활개
주유소는 해커들의 놀이터다. 전국의 소매업체들이 스키밍(복제사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EMV카드 결제단말기를 설치하자 ‘작업장’을 잃은 해커들이 다투어 주유소로 몰리면서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EMV는 벨기에의 유로페이, 미국의 마스터 카드, 비자 카드 등 세계 3대 신용 카드 회사가 공동으로 결제하는 IC카드의 표준 규격으로 이들 3사의 머리글자로 이름을 삼았다.
IC카드 표준규격을 채택한 EMV카드는 집적회로인 IC칩 안에 암호화된 형태로 결제나 현금인출 등에 필요한 카드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카드정보가 유출된다고 해도 이를 악용해 불법복제 카드를 만들기 어렵다.
일반 소매업체들에 이어 15만 개를 헤아리는 전국의 주유소와 편의점도 내년 10월1일까지 카드결제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
매그네틱 선에 카드정보가 담긴 기존의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가 해커들의 불법복제를 피하기 위해 이미 EMV카드로 교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자칩을 읽어낼 단말기 설치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그러나 주유소 업주들은 결제시스템 변경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EMV 테크놀로지로 펌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개스펌프는 주유량 조작 등의 위험성 탓에 정부 당국의 철저한 규제를 받는다. 일단 새로운 EMV 테크놀로지가 설치되면 로컬 당국이 직접 실사한 후 펌프들을 재인증해야 한다.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커넥서스(Conexxus)의 사무국장인 그레이 테일러는 전국 80만 개의 연료펌프에 EMV테크놀로지를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잡아 3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커넥서스는 편의점과 주유소 동업조합인 전국편의점협회(NACS)의 기술표준 담당 부속기구다.
주유소와 편의점이 같은 협회에 속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은 늘 한 묶음으로 붙어 다닌다. 편의점의 결제단말기 교체까지 계산할 경우 이들이 시스템 업데이트에 쏟아 부어야 할 자금은 도합 60억 달러 정도다.
문제는 주유소와 편의점이 거의 스몰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업주들의 주머니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제시스템 교체에 이 정도의 돈을 지출하게 되면 아무래도 수익에 축이 날 수밖에 없다.
2015년 가을까지 EMV카드 결제단말기 설치를 요구받았던 일반 소매업계의 경우 규모가 작은 업소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이유로 정해진 시한을 넘기며 시스템교체에 뜸을 들인 바 있다.
주유소와 편의점은 펌프와 레지스터를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일반 소매업체들보다 더 많은 경비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펌프 페이먼트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소요되는 경비는 대당 6,000달러 이상이다. 게다가 전자칩 단말기를 장착하려면 펌프를 떼어내야 하고 칩을 설치한 다음에도 정상가동에 앞서 당국의 실사를 거쳐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동안 펌프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주유소가 동시에 테크놀로지 개선을 할 필요는 없다. 데드라인 이후로 전자결제 시스템 설치를 연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EMV칩 내장을 연기하면 점점 축소되어가는 사냥터로 더 많은 해커들이 꼬여들기 십상이다.
칩카드 결제단말기 설치로 해커들의 작업대상이 크게 축소된 상태라 매그네틱 카드 판독기를 고수하는 주유소와 편의점, ATM 등으로 ‘꾼’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MV칩 테크놀로지 설치와 동시에 주유소와 편의점은 모바일 결제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리스 테크놀로지를 수용하기 위해 미래에 또다시 대대적인 시스템 손질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주유소와 편의점은 소매업체들 가운데 EMV카드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가장 늦게 설치하는 축에 속한다. 일부 ATM도 EVM테크놀로지 업그레이드 시한이 2017년 10월1일까지다.
페이먼트 데이터 분석업체인 ‘더 스트로헤커 그룹’의 비즈니스정보 매니저 자레드 드릴링은 “범죄자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기회의 창이 축소되고 있는 셈”이라며 “이들이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유소와 편의점은 업데이트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물쭈물하다간 소비자들이 신용사기 피해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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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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