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의 속삭임
▶ 칼 세이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지난 1977년 8월20일과 9월5일 ‘여행자’라는 이름의 미국 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가 나란히 우주로 발사됐다. 이들의 임무는 목성과 토성 등 태양계 바깥쪽 행성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들은 목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서 화산활동을 목격했다. 토성 고리를 근접촬영해 우리들에게 영상으로 보내주었다.
두 ‘여행자’는 과학적인 우주탐사 측면을 넘어섰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우주 생명체에게 지구와 지구인, 그리고 문명에 대해 알려주는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가 실린 것이다. 골든 레코드는 지름 30㎝의 금박 LP판으로, 혹자는 “LP판이라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1970년대 말에는 그것이 최고의 기술이었다. 이 레코드판에는 지구인을 대표할 90분 분량의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할 19가지 소리, 지구환경과 인류문명을 보여주는 사진 118장이 담겼다.
신간 ‘지구의 속삭임’은 이 골든 레코드가 기획, 제작돼 보이저호와 함께 우주로 보내지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코스모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칼 세이건(1934~1996년)이다. 그는 골든 레코드 제작을 진두지휘했고 보이저호가 출발한 이듬해에 이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골든 레코드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고 왜 그런 취사선택이 이루어졌는지가 서술돼 있다. 즉 세이건을 포함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6인, 즉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기술감독), 존 롬버그(디자인 감독), 린다 살츠먼 세이건(인사말 구성작가), 앤 드루얀(창작감독), 티머스 페리스(프로듀서) 등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인류의 메시지를 다른 세계에 전하겠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실제 구현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음악 가운데 바흐와 베토벤은 쉽게 합의했으나 그 외에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인류의 좋은 점만 소개해도 될지, 종교나 미술은 어떨지 논의한 끝에 “나쁜 것은 지구에만 존재해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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