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이고 정치적인 노랫말로 큰 반향
▶ 폭넓은 장르 섭렵

지난 2012년 밥 딜런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훈장’을 받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사람이라 불리게 될까/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모래에 앉아 잠들게 될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그것들이 금지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다네”
올해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싱어송라이터 겸 시인 밥 딜런(75)의 대표곡으로 잘 알려진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의 구절이다. 이 곡으로 상징되는 밥 딜런은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본명은 로버트 앨런 지머맨으로 1941년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중산층 자녀로 태어났다. 밥 딜런은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영향을 받아 평생 사용한 예명이다.
10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1959년 미네소타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1961년에 중퇴했다. 이후 자신의 우상인 포크가수 우디 거스리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으며, 그리니치 빌리지 주변의 클럽들을 전전하며 연주를 하다 음반제작가 존 하몬드의 눈에 띄어 데뷔하게 된다.
1963년 발표한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은 밥 딜런에게 개인적 성공을 안겼을 뿐 아니라 대중음악 역사에 날카로운 빗금을 그은 작품이다.
시적이면서 정치적 깊이가 있는 가사와 모던 포크의 간결함을 수용한 이 앨범은 곧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블로잉 인 더 윈드’ ‘돈트 싱크 트와이스’(Don’t Think Twice), ‘잇츠 올 라이트’(It‘s All Right) 등 수록곡들이 줄줄이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등 비트세대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그의 시적인 가사는 대중음악의 가사 수준을 시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아울러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과 ‘블로잉 인 더 윈드’와 같은 노래는 미국 내 반전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노래하는 음유시인이자 반전운동의 기수로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밥 딜런은 당대의 수퍼스타였던 비틀스와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다. 비틀스의 존 레넌은 딜런의 깊이 있는 가사에 영향을 받았으며 밥 딜런은 비틀스의 로큰롤이 가진 에너지에 매료됐다.
전통적인 어쿠스틱 포크송으로 출발했다가 1965년부터 일렉트릭 사운드를 선보여 포크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앨범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를 크게 히트시키는 등 어쿠스틱 포크와 이후 포크락에서 모두 확고한 성공을 거뒀으며, 전체적으로 1억만장 이상의 앨범이 팔렸다.
모두 11차례의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영화 ‘원더보이즈’의 주제곡 ‘싱즈 해브 체인지드’(Things Have Changed)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도 거머쥐었다.
70대의 고령에도 최근까지도 음반 발표와 공연 등 왕성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발표 당일 저녁에도 라스베가스에서 공연을 했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1994년 이후 6권의 드로잉 관련 책을 펴냈으며, 유명 갤러리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미국 대학 영문과에는 밥 딜런의 가사를 분석하는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다. 딜런은 지난 2004년 자서전 ‘크로니클스’(Chronicles•한국 번역본 ‘바람만이 아는 대답’)를 펴냈다. 이 책은 2004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뽑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고, 내셔널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이후 2008년에는 “특별한 시적 힘을 가진 작사로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2012년 밥 딜런에게 ‘자유의 메달’ 훈장을 수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했고, 미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딜런 같은 거인은 없었다”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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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선택’부터‘웃기는 일’
밥 딜런 수상 찬반논쟁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화가인 밥 딜런이 올해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딜런이 오랜 세월동안 탁월한 예술성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그래도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인도 출신 영국 소설가 샐먼 루시디는 13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부터 노래와 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딜런은 음영시인 역사의 찬란한 상속인”이라며 딜런의 수상을 전폭적으로 환영했다. 노벨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역시 트위터에 “딜런의 음악은 아주 깊은 의미에서 ‘문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인기 공포소설가인 스티븐 킹 역시 “추잡하고 슬픈 (대선)시즌에 한 가지 멋지고 좋은 선택”이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어빈 웰쉬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화를 버럭 내고 비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나도 딜런 팬이지만, 이것(노벨문학상)은 노쇠하고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는 히피의 썩은 내 나는 전립선에서 짜낸 노스탤지어 상”이라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소설가 필립 로스가 딜런에 밀려 노벨문학상을 놓치게 된 데 대해 트위터 상에서 “아쉽다”는 반응부터 “언젠간 트위터(글)로 (노벨상을)받을 날이 올 것” “로스가 기타를 손에 잡을 것” 등 각양각색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딜런을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노벨문학상은) 좀 이상해 보인다”는 반응을 나타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수많은 작사가들에게 노벨문학상의 문이 열리는가”란 시니컬한 반응을 나타낸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아빠가 50년 넘게 밥 딜런 팬이지만 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하신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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