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톈궁 돌발사태 발생시 ISS 피신도 어려워”…양국 접점 모색시도

영화 그래비티[AP=연합뉴스]
영화 '마션'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중국의 태양 탐사선을 화성 보급선으로 지원받아 주인공을 지구로 송환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도 인공위성 파편으로 우주왕복선이 파괴된 여주인공이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天宮)으로 피신해 그곳에서 착륙용 캡슐로 갈아타고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중국시장의 흥행을 염두에 두고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가 가상의 영화 소재로 차용됐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과 중국간 우주공간 협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중국이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와 도킹에 성공한 가운데 중국 유인우주공정 부총설계사 황웨이펀(黃偉芬)의 선저우 11호 발사 하루전인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답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선저우 11호 우주인들이 임무 수행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구조를 요청하고 ISS로 대피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었다.
황웨이펀은 이에 곤혹스런 표정으로 "이런 문제가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우리는 (독자적인) 긴급 송환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우주정거장의 궤도 운행 과정에서 ISS 등과의 국제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인도주의적 구호 차원의 타국의 지원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의미였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ISS 사용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다. 선저우 11호에 돌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중국은 ISS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ISS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18개국의 협력으로 건설됐다. 중국도 당시 ISS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유럽우주국(ESA)만 지지했을 뿐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 의회는 심지어 지난 2011년 NASA가 중국과 협력사업을 벌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NASA는 이에 따라 중국이나 중국 국유기업과는 어떤 유형이나 어떤 방법으로도 협력할 길을 봉쇄당했다.
이는 중국의 우주 굴기(堀起)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중국의 우주탐사가 군사적 목적을 띄고 대부분의 우주장비와 임무를 중국군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우주협력을 명분으로 자국의 우주기술을 절취해 군사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거액을 들여 위성 요격용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6월 발사에 성공한 우주잔해 처리 위성 아오룽(오<책받침변敖>龍) 1호가 적국 위성을 요격 파괴할 수 있는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을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하기도 했다.
위성 시스템이 수집하는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으로선 중국의 우주개발 의도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미중 양국의 우주협력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일치되는 우주탐사 목표가 제시되면 양국이 미지의 영역의 과학연구나 탐사개발에 협력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난 7월 중순 미국 NASA의 과학자들이 베이징의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를 방문한 것이 양국 우주협력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NASA 지구과학팀의 마이클 프레이리치 박사와 NASA 환태평양 대표인 크리스토퍼 블래커비가 이끈 방문단은 지구 온실가스를 모니터링하는 중국의 과학실험 위성 '탄샛'(TanSat)과 관련해 비공개 협의를 했다.
작년말 중국이 발사한 탄샛의 관리 기법과 탄샛이 확보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양측은 데이터 교환, 정보공유의 범위를 정하는데 실패하면서 이 회합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도 중국의 우주과학 실력을 무시하지는 못할 상황에 이른만큼 양국 우주당국이 공익적 과학연구 분야에서 협력의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졌다.
국제 우주기구와 연구협력 사업을 벌인 적 있는 쭝추강(宗秋剛) 베이징대 우주과학탐측센터 주임은 우주탐사의 막대한 비용 문제를 들어 "국제 우주협력은 불가피한 추세"라며 "미국의 대중(對中) 협력 금지 조항은 빨리 철폐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2020년을 전후해 화성 탐사 계획을 갖고 있다. 자원과 인력을 통합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탐사비용을 대폭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쭝 교수는 주장했다.

선저우 11호의 톈궁 2호 도킹 성공[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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