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오렌지카운티에서 올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화당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났다. 힐러리 클린턴은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반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44%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는 지난 1936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캔서스 주지사 알프 랜던(공화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이후 OC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이 되지 않은 결과이다. 백인 보수층이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렌지카운티는 그동안 가주에서 대표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샌타애나 등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마저도 민주당 우세라는 결과가 나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OC에서는 이기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과 4년 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이같은 결과는 거침없이 막말을 하는 트럼프가 싫어서 공화당 유권자 중에서 클린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OC에서 백인이 점차 줄고 있는 반면 민주당 성향이 강한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수민족 인구가 빠른 속도로 꾸준히 늘어난 것이 주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OC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으로 북부 오렌지카운티에 자리 잡고 있는 풀러튼과 부에나팍을 중심으로 하는 영 김 가주하원의원(65지구, 공화당) 지역구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당 유권자가 현재 공화당 유권자에 비해서 9% 포인트 많다. 이 지역도 히스패닉 주민들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백인 보수층은 줄고 있다.
이번 영 김 하원의원의 낙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투표율이 거의 80%에 육박한 이번 대선에서는 김 의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강석희(민주당) 씨가 출마해 예비선거에서 낙마한 가주 상원 29지구도 비슷한 양상이다. 오렌지카운티 지역이 7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LA와 샌버나디노 카운티 일부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지역구에서 당초 중국계 공화당 후보인 링링 챙 가주 하원의원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정치 초년생인 무명의 민주당 후보 조시 뉴만에게 덜미를 잡혔다. 예전에는 공화당 표밭이었던 이 곳에서도 민주당 유권자가 많았던 것이다. 현재 민주당 유권자는 공화당에 비해서 8,822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공화당 의석이었던 이 지역구가 민주당에게 빼앗기면서 가주 상원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기하게 되어서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됐다. 가주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이 선거구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게 중요한 의석을 내준 셈이다.
OC 최대의 한인밀집지역인 어바인과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가든 그로브 시도 민주당 유권자가 다수이다. 어바인 시의 경우 총 유권자 11만9,175명 중에서 민주당 4만1,990명(35.23%), 공화당 3만4,581명(29.01%)이다. 가든 그로브 시는 총 유권자 7만1,710명 중에서 민주당은 38.21%, 공화당 32.24%를 각각 차지했다. 양 도시에 젊은 층과 히스패닉, 베트남 등 소수 민족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올해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아직 오렌지카운티 전체 유권자들의 수는 공화당이 3.8% 포인트 소폭 앞선 상황이다. 특히 최석호 어바인 시장이 가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68지구를 비롯한 OC 남부지역에 공화당 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현재의 추세로 가면 오렌지카운티 전체 민주당 유권자 수가 공화당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OC가 이웃 LA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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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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