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둥지 증후군 극복법
▶ 자녀와 새로운 관계 정립…자신의 새로운 인생 설계
자녀를 대학에 떠나보내고 나면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오붓한 시간을 갖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림 Esther Aarts>
메릴랜드 주 게이더스버그에 사는 모린 스타일스는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마주보이는 큰 아들의 방을 일주일 넘게 들어가지 못했다. 그 방의 텅 빈 신발걸이가 아들의 부재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낼 때가 가장 자랑스러운 승리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편으론 부모 노릇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 슬픔과 불안은 모순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하기를 바라면서도 항상 내 곁에 가까이 있어주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 말이다.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대학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서 빈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에 시달릴 적지 않은 부모들을 위해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몇가지 조언을 소개한다.
◆빈자리를 받아들여라
아칸소 주 베리빌의 로라 허드젠스는 큰 아들을 대학에 내려주고 돌아오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길에서 한참을 울었지요. 6피트 2인치나 되는 덩치 큰 녀석인데도 어린 아이를 집에서 4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혼자 남겨 놓고 오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계속 나 자신에게 되뇌었지요. 외로움과 공포, 힘든 경험 모두가 아이에게 중요한 인생의 교훈이 될거야 라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심리학자 제프리 아넷은 “부모들은 정말 슬퍼하지만, 아이들은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시기이고, 사실 부모들도 진정한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2013년 닥터 아넷과 클라크 대학이 함께 자녀를 떠나보낸 1,000여명의 미국 부모들을 여론 조사한 결과 아이가 떠난 후 그립다는 부모가 84%였지만 또 한편 혼자서 혹은 배우자와 좀 더 많은 오붓한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는 사람이 60%, 그리고 자녀가 독립해서 행복하다는 사람이 90%나 됐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라. 슬프면 슬픈 대로, 그렇지 않다면 그런 척 할 필요 없다. ‘다른 부모들이 어떻더라’ 하는 이야기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다.
-다음 번 아이를 만나러 가거나 아이가 집으로 올 때를 생각하며 멋진 계획들을 세운다.
-아이가 떠난 직후를 위해 미리 특별하고 재미있는 일을 계획한다. 어느 하루나 주말, 아니면 진짜 휴가를 내도 좋다. 즐거운 일이 앞에 있으면 작별의 슬픔이 많이 상쇄된다.
◆멀리 있어도 가깝게 지내라
일단 자녀가 떠나고 나면 부모들은 어떻게 연락하고 대화해야 할지 상당히 막연하고 당황스럽다. 이제 성인이 된 자녀의 상황과 환경은 너무 달라졌고, 부모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화 차이라고 텍사스 대학의 인간개발과 가정학 교수 카렌 핑거맨은 말했다.
그녀의 연구에 의하면 성년이 된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부모의 간섭과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떨어져있는 자녀와의 대화 문제는 가족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정답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가 하는 대로 따라간다. 어떤 아이들은 매일 전화하고, 텍스트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락하는걸 좋아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점점 독립적이 되어가면서 혼자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미네소타 주 미네통카의 네 자녀 어머니 줄리 버튼은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어요. 아이한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 죽겠지요. 하지만 참는 것을 연습하면서 자녀가 혼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해요. 아이가 먼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해주면 좋지만 그렇다 해도 전처럼 아이 생활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식탁을 만든다. 이제 집에서 저녁 식사는 함께 할 수 없지만 그 대신 테크놀러지를 사용해 온 가족이 그룹 문자를 나누는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는 있다. 전처럼 캐주얼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때론 진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본다.
-대학생활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 전통을 만든다. 특별한 때에는 소포를 보내거나 캠퍼스를 방문하기도 하고, 생일 등 가족 행사에는 스마트폰의 페이스타임(FaceTiming) 앱을 사용해 화상통화를 하는 등 자녀의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새로운 인생의 장을 최대한 활용하라
17세 아들을 둔 닥터 아넷은 부모들의 텅 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매일 볼 수 없다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한편으론 아내와 함께 새로 찾은 자유에 대해 굉장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둘이 여행도 더 많이 다닐 수 있으니까요”
부모가 계속 자기 주위를 맴돌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채워 나가는 것을 보면 자녀들도 좋아한다. 이제는 부모 노릇의 중압감도 많이 사라졌고, 시간이 많아졌으니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죄책감 없는 새로운 삶을 선사한다.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새로 관계를 시도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하면 고교 동창생이나 대학 친구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졸업 후 다들 일하고 결혼하고 자녀 키우느라 소원해졌던 친구들도 아마 이때쯤이면 자녀 대학 보내느라 마음이 허전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운다. 인생을 멀리 보면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새로운 목적이 있으면 자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무엇을 해야 할지가 그려진다. 이를 위해 대학의 온라인 클래스를 택해도 좋고, 마라톤 연습을 시작해도 좋고, 보트 라이센스에 도전할 수도 있으며, 책을 내기 위해 글 쓰는 연습을 할 수도 있다.
-주말마다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 너무 오랫동안 주말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가족을 챙기고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주말에 오히려 더 바쁘게 살았던 세월이 근 20년은 될 것이다. 이제는 내가 주말의 주인공이 된다는 마음으로 평소 가보고 싶었던 커피샵을 순회하거나 친구 만나는 날로 정하는 것이다.
모린 스타일스가 큰 아들의 방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건 아들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무렵부터였다.
“아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잘 대처하고 있으며, 자신의 새 인생을 얼마나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알려왔을 때였죠. 이제 우리 집 2층 복도 맞은편 방에서 살지 않는 아이를 성인으로 존중하면서 우리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들이 우리 없이도 저렇게 잘 살고 있으니 우리도 아들 없이 잘 지내야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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