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드 캐넌 노스 림(Grand Canyon North Rim)
▶ 노세웅의 여행수필 5
-4개의 림
그랜드 캐넌이라 하면 South Rim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랜드 캐넌에는 사우스 림 외에도 노스 림(North Rim), 웨스트 림(West Rim) 그리고 이스트 림(East Rim)이 있다. 같은 그랜드 캐넌이지만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언제 보느냐에 따라 기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캐넌은 협곡이라는 말이다.
동서남북 림을 다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비교를 하여 설명해 줄 사람을 만나 보지 못하였다. 유타 주에서 내려가면서 자이언 캐넌과 브라이스 캐넌을 보고 나서 팽귀치(Panguitch)의 호텔에 묵으면서 그랜드 캐넌에 가려고 하는데 어느 곳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서슴없이 ‘노스 림’이라고 한다.
노스 림을 가는 길이 표시가 잘 되어 있지 않았지만 가도 가도 숲길이고 GPS도 잘 되지 않아서 길을 한참이나 헤매야 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길은 이보다 더 복잡하였다. 이방인의 매일 매일은 처음 가는 길이고 미지의 세계라 어떤 길을 만날지 기대 반 의심반의 험난한 길이었다. 이제 경륜이 어느 정도 쌓여 실수하는 일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불안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말과 글로 표현 안돼
주차장 표시를 보고 차를 세우고 안내소에 가서 확인결과 맞게 찾아 왔다. 안심이 되었다.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랜드 캐넌은 듣던 내로 대단하였다. 신의 최고 걸작품 중의 하나다. 하늘의 구름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랜드 캐넌과 조화를 이루어 한층 돋보이게 하여 주고 있었다.
그랜드 캐넌은 구석구석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웅장하고 기묘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고 다시 다른 곳으로 또 달려갔다. 가는 곳마다 특이한 모습이었다. 시간 따라 장소 따라 달라 보였다. 석양에 비친 돌과 흙으로 빚은 대 자연은 경이로웠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봉우리마다 멋진 자태를 뽐내고 각자 모습을 자랑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곳을 가 보았다. 특이하고 또 다른 모습이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으니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곳”이라고 하고 싶다.
-잘 데가 없다
정신없이 “야! 우와! 대단하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새 여름밤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노스림 내에 있는 랏지(Lodge)나 호텔은 모두 차서 잘 데가 없다. 랏지의 직원이 가장 가까운 곳의 호텔은 2시간 거리의 Kanab에 있다고 하여 스마트 폰에 입력하여 어둑어둑한 길을 떠났다.
노스 림에서 사우스 림으로 가려면 직선거리는 21마일이지만 길이 없다. 돌아서 가면 220마일이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다. 은퇴하고도 시간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보니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동반자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2시간 거리라는데 4시간도 더 걸린 것 같았지만 피곤한 나그네가 하룻밤 쉴 곳을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했다. 호텔은 시내를 약간 벗어난 변두리에 있는데 사방이 캐넌같이 생겼다. 인도 청년에게 반 지하는 싫다고 2층으로 부탁하여 올라가 보니 전망이 좋았다.
-아날로그 삶
하루 종일 달린 길도 캐넌이었고 관광하는 곳도 캐넌이었고 숙소도 캐넌이었다.
저녁 식사 후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북쪽으로 다시 올라온 것이었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문의했는데 엉터리에게 물어 본 것이었다. 전지전능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은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의 도시를 문의했는데 반대 방향을 가르쳐 주었으니 황당하였다. 이미 때는 늦었다. 사람이 컴퓨터를 당하지 못하는 시대인데 아직도 난 아날로그 시대적인 사고방식을 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캐넌 속에서 지낸 하루였다. 콜로라도 주에서 유타 주로 오는 길도, 유타 주에서 애리조나 주로 가는 길도 모두 절벽이고 험로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길도 돌아보면 언제나 캐넌 같고 절벽 같은 험난한 길이었다. 몇 번 추락하였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지금까지 돌보아 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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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노세웅(로턴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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