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장관 “북의 평창 참가에 집중..이산가족·군사긴장 완화도 논의”
▶ 트럼프 대통령 “남북대화 100% 지지..김정은과 통화할 수도 있다”

한국시간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가운데,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판문점 MDL(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오고 있다. <연합>
남북한은 9일(이하 한국시간)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가졌다. 남북 당국이 회담장에서 마주 앉은 것은 2년여 만이다. 2월9일부터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과 북이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는 남측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 5명, 북측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5명이 각각 참석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선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제가 주된 의제이지만 남북관계 개선 방안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나아가 북핵, 즉 한반도 비핵화 문제까지 다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또 남북 대화를 거쳐 북미 대화로 이어질지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북한의 연이은 북핵·미사일 실험 도발과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반복되며 악순환으로 이어지던 한반도 위기 정세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창 올림픽 참가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 메시지에 이어 회담 제안과 수용, 대표단 명단 교환, 회담 준비 등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처음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지켜보자”며 신중하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으나 최근 남북 대화에 대한 적극적 지지 입장으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간 6일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면서 “(내가) 북한 김정은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 선수단 입국 경로와 개·폐회식 공동 입장, 북한 응원단 파견, 북한 선수단 체류 비용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제에서는 남북한 당국이 원만하게 합의하면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오는 대표단에 북한의 권력 실세가 포함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음으로 고위급 회담의 의제가 ‘평창’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넘어가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의했던 군사 당국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방안을 다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북한 참가와 관련해 논의를 집중하겠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라든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단골 이슈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둔 8일 각종 선전 매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평화적 환경 마련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거듭 강조한 것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연기 입장을 밝히는 한편 북한의 도발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도 거론될 수 있지만 이 같은 문제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으로 당장 진전된 결과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정부는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만 이룬 뒤 분야별 후속 회담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에 조명균 장관과 함께 천해성 통일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포함된 것도 후속 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정부는 회담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수긍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앞으로 북미 대화나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 여지를 타진해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가 의제로 오르느냐’는 질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평창 동계 올림픽, 패럴림픽 북측 참가 문제 협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 비핵화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와 관련해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는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을 입구로 비핵화로 진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을 입구로 워싱턴으로 나아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남북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해선 합의하겠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 등에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북한이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하고 있어서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을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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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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