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이다. 세련됐다. 극적이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 스테디엄을 수놓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본 전 세계 외신들과 관람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찬사다.

대관령 골짜기에서 펼쳐진 개막식은 세계인이 염원하는 평화를 찾아 떠난 다섯 아이의 모험을 그린 가운데, 개막 공연과 선수 입장, 성화 점화에 이르기까지 증강현실과 미디어아트 등 한국의 첨단 IT 기술을 총동원한 화려하고 입체적인 지상 최대의 쇼를 연출하며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회식은 동화 같은 판타지 영화를 거대한 원형극장에 종합극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고색창연한 한반도의 고대 신화와 전통 유산을 현재로 불러들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미디어아트와 K-팝을 앞세운 역동적인 쇼로 흥을 돋우고 세계 평화를 선도할 미래 한국을 형상화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 북한 대표단의 김여정, 김영남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과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 및 관람객 등 3만5,000여 명이 올림픽 스테디엄을 가득 메운 가운데 수백 발의 화려한 폭죽을 터트리며 시작된 개회식 공연은 25억 전 세계 인구를 맞이하는 한국의 종소리가 세상을 하얀 얼음으로 만들며 문이 열렸다.

이어 거북선, 해시계, 훈민정음 등이 마법의 봉인이 풀리듯 눈 앞에 펼쳐지고 다섯 아이는 신화 속 주인공들과 한판 축제를 벌였다.

공연명 ‘평화의 땅’에서는 강원도의 다섯 아이들이 뱃사공이 끄는 뗏목을 타고 모험길에 오른다. 뗏목은 메밀밭을 가로질러 평창의 하늘로 올라갔고,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하늘로 올라가고 이어 오색 빛깔의 폭죽이 터지며 평창의 하늘을 수놓았다.

이어진 ‘아리랑: 시간의 강’ 프로그램에서는 아름다운 한반도의 산하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시작됐다. 송승환 총감독은 영상에서 한국의 첨단 과학·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붓글씨로 쓴 글자 꽃에서는 꽃이 피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바닥에 그려지는 각양각색의 빛그림 속에서 역동적인 장구 연주와 춤판이 벌어지더니, 어느새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무대에 거대한 태극문양을 만들어내자 관람석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소리꾼 김남기의 구슬픈 ’정선아리랑‘ 가락에 맞춘 서정적 무대가 펼쳐졌다.

원형무대의 바닥을 캔버스로 삼아 화려한 빛그림을 쉴 새 없이 그리고, 3만5,000개 좌석마다 설치한 LED 조명을 이용해 펼치는 미디어아트 공연도 관객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