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이탈리아 청년실업 위기
▶ 개선 방안으로 신세대를, 전통 공예분야 장인으로

이탈리아의 신세대는 전통적 수공예 작업을 멀리하는 추세이다. 펜디는 청년실업 해소책으로 젊은이들이 전통 기술을 익히고 숙련공이 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Gianni Cipriano - 뉴욕타임스]

루이비통의 외부방문객 초청행사인 주르네 파르티퀼리에르. 이탈리아 고등학생들이 루이비통 소속 여러 브랜드들의 장인들이 작업하는 현장을 관찰하고 있다. [Gianni Cipriano - 뉴욕타임스]

펜디의 세르지 브런스윅 대표가 모피 제품들이 전시된 작업장 앞에 섰다. [Gianni Cipriano - 뉴욕타임스]

제작 중인 펜디 구두.
최근, 10월답지 않게 무더웠던 어느날 아침, 티셔츠에 레깅 혹은 청바지를 입은 로마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적인 건물, 팔라조 델라 치필타 이탈리아나 1층으로 꾸역꾸역 계속 모여들었다. 과거 무골리니의 꿈을 기념하던 이 건물은 현재 펜디의 본사로 쓰이고 있다.
펜디는 옛날식 장인 훈련이 현대식 직업창출의 잠재력을 가질 수 있는 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 학생들에게 내부 작업장을 공개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업대에서 작업대로 옮겨가며 10대들은 펜디 숙련공들이 정성스럽게 가죽가방을 만들고, 신발, 고급 드레스, 모피, 가구 그리고 시계를 만드는 공정을 지켜보았다.
한 구역에서는 펜디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피카부 핸드백을 만드는 섬세한 과정을 단계 단계 별로 관찰했다. 가죽 선택에서부터 마지막 조립 그리고 품질 관리까지 몇 주가 소요되는 꼼꼼한 공정으로 가격표는 소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쉽게 2만유로(2만3,000달러)에 달한다.
이탈리아에 청년실업 위기가 닥친 지 꽤 된다. 15세~24세 사이 이탈리아 청(소)년 실업률은 지난 8월 기준 30%을 넘었다고 전국 통계청인 이스타트는 밝혔다.
역시 지난 8월, 유럽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20세에서 34세 사이 청년들 중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소위 니트(NEET)족 비율이 2017년 이탈리아에서 29.5%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스웨덴에서는 7.8%였다.
하지만 그들이 일할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명품 협회인 알타감마 보고서에 의하면 명품업계에서 일하는 숙련공들 중 5만명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장차 이 자리들을 메울 자격 갖춘 사람들을 찾는 것이 큰 일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탈리아 신세대들이 전통적 수공업을 점점 기피하면서 공학이나 요리 등 보다 현대적인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펜디의 대표이사인 세르지 브런스윅은 “이탈리아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지금은 셰프가 되고 싶어 한다고 누군가 그러더라”고 말한다. ‘매스터셰프’ 같은 TV 프로그램이 워낙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펜디로서는 상당히 좌절감이 생기는 상황인데 어느 순간 그는 “우리도 별로 다르지 않은 분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소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그에게는 잠재적인 직원으로 보인다.
루이비통이 매년 일반인들을 초청해 내부의 작업 장면을 둘러보게 하는 프로그램인 주르네 파르티퀼리에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펜디는 로마의 고교생들을 초청하고 있다. 루이비통의 프로그램은 최근 4개 대륙 76개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펜디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외부인들에게 작업장을 공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펜디에서 일할 생각을 해보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적으로 학생들만을 위한 행사라고 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의 명품 시장이 계속 번창할 경우 상품 요건을 충족시킬 만큼 고도로 숙련된 장인들 확보가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인력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격차를 메워야 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그는 말한다.
“작업의 지속가능성이 우리 모두에게 첫 번째 우선순위이지요.”
숙련공은 대단히 가치가 높은 요소라고 브런스윅 대표는 말한다. 프랑스 태생인 그는 디오르 남성 부문에서 일하다가 지난 2월 펜디로 왔다.
리비아 보타르디 관광 공업학교의 교사인 카에타나 지아노티는 모든 이탈리아 고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현장 견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펜디로 데리고 왔다고 말한다. 이탈리아는 학생들이 다양한 작업 현장들을 맛보게 하기 위해 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교육 효과로는 가치가 있지만 실제적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도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이탈리아에는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전문적 직업훈련은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능하거나 아니면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서 가능하다. 지난 2013년 법으로 패션 관련 학위를 주는 전문학교가 8개 설립되었다.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브루넬로 쿠치넬리, 프라다, 펜디 등 패션 브랜드들은 도제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다 공식적 학교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들 학교를 졸업하고 펜디의 기성복 아틀리에서 일하는 21세의 재단사 카터리나는 방문객들 앞에서 섬세한 튤에 자잘한 모피 조각들을 박아 넣는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펜디의 양재 프로젝트와 사르토리아 마솔리의 재단 웍샵 공동 프로젝트인 아카데미아 마솔리를 최근 졸업하기도 했다.
“나는 이 기술을 배우고 싶었어요. 불행히도 기술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세대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기 위해 패션쇼들을 찾아다닐 날이 오기를 카너리나는 고대하고 있다.
펜디의 프로그램은 11월4일까지 로마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에 참석해 펜디의 작업들을 살펴본 수백명 학생들 중 극소수가 상상력을 자극받는다면 그것만 해도 성공이라고 브런스윅 대표는 말한다. 그런 그들은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문을 열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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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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