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새벽 새해 첫 참치경매가 이뤄진 일본 도쿄의 도요스 시장.
동이 트기 전부터 고무장화를 신은 구매자들은 참치의 잘린 꼬리 부분을 불빛에 비춰보거나 참치 살을 만져보며 품질을 확인하기 바빴다.
오전 5시10분께 경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여기저기서 가격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경매인과 구매자 등 수백 명이 모인 시장 안은 그야말로 참치를 놓고 벌이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요스 시장에서 참치경매가 진행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935년 개장 이래 83년간 새해 첫 참치경매를 도맡아온 쓰키지 시장이 지난해 10월 도요스로 이전해 오면서 새해 행사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시설 노후화로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쓰키지 시장은 세계 최대의 수산시장이었다. 참치를 비롯해 하루에 2,000톤 이상의 해산물이 이곳에서 거래됐다고 하니 ‘세계적’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듯하다.
특히 참치경매로 유명해졌는데 줄지어 누워 있는 커다란 참치를 경매하는 모습은 일본은 물론 외국 여행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았다. 생생한 경매 구경과 함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려고 하루 평균 4만여명이 찾았을 정도다.
예전에는 경매가 끝난 후 생선 해체 작업까지 볼 수 있었으나 관광객 입장 제한이 시행되면서 보기가 어렵게 됐다. 쓰키지시장은 오랜 전통에 걸맞게 역사적 인물과 인연이 깊다.
400여년 전 어부들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생선을 헌납한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전해진다. 어부들이 상납하고 남은 생선을 팔면서 자연스레 어시장이 형성됐다. 폐쇄 전 시장의 면적은 약 23만㎡로 도쿄돔의 7배, 한국 노량진 수산시장의 3배에 달했다.
무엇보다 매년 첫 경매에서 팔린 참치 가격이 그해 일본 경제를 점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니 그 위상이 남달랐던 것 같다.
낙찰가가 기록적으로 높으면 일본인들은 경제 상황을 낙관한다고 한다. 참치가 비싸게 거래될 정도로 경제 여건이 탄탄하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올해 첫 경매에서도 278㎏짜리 참치가 역대 최고가인 3억3,360만엔(약 34억7,000만원)에 낙찰됐으니 새해 일본 경제를 걱정 안 해도 되지 싶다.
한국에서도 몇 해 전 부산 공동어시장 경매에서 500만원을 호가한 100㎏짜리 참치가 거래된 적이 있다. 새해에는 그보다 더 큰 참치가 잡혀 한국 경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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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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