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매 사이트 ‘패션고’ 갑질 논란 사태, ERP 프로그램 교체 압박으로 새 국면
▶ 의류업계“사업기밀 고스란히 유출 우려”

패션고닷넷 웹사이트와 연동된 판매 거래 데이터의 보안 문제에 대한 한인 의류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열린 공청회의 모습.
“디자인, 색상, 가격, 거기에 벤더 이메일까지 모두 다 패션고닷넷에 노출돼 있다.”
자바시장내 한 한인 의류업체 업주의 말에서 한국 기업 NHN글로벌이 운영하고 있는 의류 도매 웹사이트 ‘패션고닷넷’(fashiongo.net)에 대한 불신이 짙게 배어 있다.
패션고닷넷 웹사이트와 연동된 판매 거래 데이터의 보안 문제에 대한 한인 의류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패션고닷넷의 행보를 ‘갑질’로 규정하고 이를 성토하고 나선 한인 의류업계가 판매 거래 데이터 보안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패션고닷넷의 갑질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인 의류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판매거래 데이터를 패션고닷넷이 자사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인 의류업계의 우려는 최근 패션고닷넷의 행보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주문과 판매, 발송까지 거래 전 과정은 ERP라 불리는 업체 관리 프로그램에 의해 수행된다. 개별 업체의 ‘온라인 장부’라고 할만큼 외부 노출을 꺼리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최근 패션고닷넷은 10여년 넘게 한인 의류업체들이 사용해온 ERP 프로그램인 ‘이램스’(eLAMBS) 서비스를 전격 중단하고 올해 말까지 유예 기간을 준 상태다. 이램스 대신 패션고닷넷은 ‘엔포티원’(N41)이라는 자회사 ERP를 패션고닷넷의 판매거래 프로그램으로 권장하고 있다. 다른 ERP 프로그램 사용도 가능하지만 주기적으로 패션고닷넷이 연동 코드를 변경하기 때문에 사용에 지장이 따르다 보니 많은 한인 의류업체들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RP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포티원에는 이램스와는 달리 판매거래 내역은 물론 의류 생산 정보까지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직쇼 등 의류전시박람회 현장에서 주문받은 경우 신상품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ERP 프로그램에 남게 된다. 신제품의 입고와 재고 심지어는 개발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은 몇 업체에 불과하지만 기간이 길어지고 상당수 한인 의류업체들이 이 테두리안에 들어 갈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면 패션고닷넷은 일종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여성복 전문 업체 대표는 “디자인, 색상, 가격은 다른 업종에 비해 의류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보”라며 “특히 의류박람회 판매 자료는 향후 의류업계 방향을 감지할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3월부터 적용되는 새 계약서에는 추가 조항으로 패션고닷넷에서 사용자들이 제출한 모든 자료와 거래 업체 정보까지 패션고닷넷에 소유권을 넘겨주는 조항이 있어 한인 의류업계의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또 다른 의류업체 대표는 “패션고닷넷에 판매거래데이터까지 내주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내주는 꼴”이라며 “ERP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한 데이터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ERP 전문가는 “사실 모든 ERP 프로그램에는 유출 가능성이라는 위험이 전제되어 있다”면서 “특히 패션고닷넷처럼 거래 업체들이 많은 경우 데이터 가치가 크기 때문에 유통망을 잡는다면 독자적으로 생산까지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한인 의류업계의 우려와 관련해 반론을 듣기 위해 패션고닷넷 측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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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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