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은 시추관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온 검은 색깔의 기름비를 맞으며 환호성을 올린다.
그는 얼굴을 닦지도 않은 채 그 길로 짝사랑하는 여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찾아가 외친다. “석유가 터졌어. 난 이제 부자야.” 영화 ‘자이언트’는 끝내 이루지 못한 한 남자의 사랑을 그리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재벌의 전형적인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1859년 미국 에드윈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땅에서 석유를 뽑아낸 후 미국에서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유전 개발에 나서는 사람이 많았다.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해 세계 역대 최고 부자로 등극한 존 록펠러를 비롯해 폴 게티, 에드워드 도헤니, 알폰조 벨 등은 모두 석유로 재벌이 됐다.
1900년대 들어 세상의 주력 에너지는 석탄에서 석유로 완전히 바뀌었고 미국은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은 석유 생산량과 수출 가격 등을 정하며 석유시장을 주름잡았다.
1973년 중동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워 석유 수출을 금지하자 유가가 4배 폭등하는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미국은 석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간다.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걸프전 등 중동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에 미국이 개입한 이유는 모두 석유다.
오일쇼크 이후 석유시장에서 OPEC의 영향력을 줄인 결정적인 사건은 미국 셰일석유의 발견이다. 기존의 석유는 기껏 땅 밑 1~2㎞에 매장돼 있어 수직으로 시추관을 꽂아 빼냈다.
셰일오일은 이보다 훨씬 밑의 단단한 돌 속에 갇혀 있어 뽑아 올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고 기술 개발로 시추 비용이 내려가면서 셰일석유는 경제성을 확보했다.
셰일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은 600억~700억배럴로 추정되는 미 텍사스주 퍼미언 분지로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가와르 유전에 버금간다. 미국은 셰일석유 생산이 크게 늘자 2015년 미국산 석유의 수출을 허용했다.
한국이 지난해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미국산 석유를 많이 수입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미국이 수출을 시작한 2015년만 해도 19위였는데 이렇게 올라간 것은 미국산 석유가 중동산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입장에서는 석유 패권도 되찾고 수출해 돈까지 버는 미국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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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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