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절대군주로 유명한 프랑스 루이 14세는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키를 커 보이게 하고 자신의 멋있는 다리를 과시하려고 통굽 구두를 즐겨 신었다.
그가 구입한 구두가 수천 켤레나 됐다. 그의 빨간 통굽 구두는 유난히 화려해 귀족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루이 힐(Louis heels)’ 스토리다.
하이힐은 엉덩이를 업(up)시켜 다리는 길게, 가슴은 크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고 한다. 메릴린 먼로가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여자들이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여성들에게는 패션아이템이 됐다.
유명한 모델들이 패션쇼에서 킬 힐을 신고 워킹하다 넘어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킬 힐 바이러스(kill heel virus)’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이힐은 통념과 달리 처음에는 주로 남자들이 신었다. 가장 오래된 유래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연극의 아버지 아이스킬로스가 무대 위의 주역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코르토르노스(korthornos)’라는 통굽 구두를 신긴 것이다.
기원후 로마의 배우들도 통굽 샌들을 이용했다. 15~16세기 중세 유럽에서는 오물을 피해 다니기 위해 귀족들을 중심으로 통굽 구두를 신었다. 당시 거리에는 사람과 동물들의 배설물이 널려 있었다.
베네치아의 통굽 구두 ‘초핀(chopine)’이 대표적이다. 고대에는 연극을 위해, 중세에는 오물을 피하기 위해 신다가 17세기 이후 패션으로 발전한 셈이다. 18세기 미국 여성들이 파리의 유행을 따라 하며 여성들에게 보편화됐다.
이후 하이힐은 300여년간 여성들의 발을 혹사시켰다. 현대 하이힐은 신고 15분만 걸어도 발가락이 받는 압력이 압력밥솥에서 밥이 끓을 때의 4배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으로 휘는 무지외반증, 발목 삐기뿐 아니라 오래 신으면 척추가 뒤로 휘는 척추후만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일본 배우 이시카와 유미(32)가 최근 후생노동성을 찾아 1만8,800여명이 동의한 서명서를 전달했다. 직장에서의 고통스러운 하이힐 착용 강제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구투(#KuToo)’ 운동의 일환이다. ‘구투’는 구두를 뜻하는 ‘구쓰(靴)’, 고통을 의미하는 ‘구쓰(苦痛)’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를 합친 조어다. 아름다움은 각자 개성을 살려 추구할 일이지 집단에서 획일적으로 강요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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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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