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꽃으로 만발했던 화사한 봄의 문을 닫고 푸르른 여름의 문을 서서히 열어주는 달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6월을 좋아하며 사랑하게 되었다.
6월은 봄 날씨처럼 변덕스럽고 매섭게 쌀쌀하지도 차지도 않고 여름날씨처럼 무덥거나 불쾌하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에 보기좋은 푸르름에 알맞은 기온인 것이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넉넉한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고 여유 있고 부드러우며 좋은 생각과 밝은 이야기로 언제나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아주 편안한 사람인것처럼 느껴진다, 한번도 부도나지않은 수표처럼… 항상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 언제나 자기가 한 말을 실천하는 사람, 아무 때나 어디서 만나건 넉넉히 웃어주는 사람, 별로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늘 마주앉고 싶은 그리운 사람, 몹시 추운 겨울에는 따스한 온돌방 같고 무더운 한 여름에는 큰 나무 그늘 같은 시원한 사람. 정말 이 6월 같이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요즘 세상에 몇이나 될까! 요즈음에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의가 다 봄 날씨처럼 다른사람들에게 앨러지 증상을 일으켜 몹시도 재체기를 하게 하며 눈물 콧물을 흘리게 하는가 하면, 불쾌지수가 한껏 올라가게 하고 기분이 상하게 하여 스트레스를 주는 이도 많이 보곤한다.
요즈음 사람들은 서로가 만나면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잘 살고 있느냐? 묻곤 한다
그런데 어떤 삶이 잘살고 있는지 서로가 느끼지도 못하면서 ....
그 옛날 우리가 어릴 적에는 전쟁을 치르고 피난을 다녔고 비록 가진 것 없이 모두 가난했어도 6월 같은 훈훈한 정이 있었다. 우리 가정의 피난지였던 충청남도 공주에서 순박하면서 나눔의 손길이 넉넉했고 누구나 할 것없이 따스한 마음이어서 서로가 잘 지내고 정겹게 잘들 살았다.
희미한 10촉짜리 전깃불 밑에서도 정담이 오고 갔고 각 집에서는 안방에서도 사랑방에서도 감자나 고구마, 강냉이, 단호박 같은 것들을 쩌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한 쪽씩, 반 쪽씩 나누어 먹으며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면서 정이 철철 넘치게 정을 나누는 삶을 살았다.
그 모든 아름다운 진주 같은 삶은 어디서 잃었는지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버렸는지 한 번쯤은 이 6월이 다 가기 전에 깊이 생각해봄이 어떠할런지!
너무 오랜 세월을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잃고 사는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다가는 언젠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잊으실까 봐, 아니 까마득하게 내버려두실까봐 두려워서라도 실종된 우리의 순수한 인간성을 찾아 나서야겠다 6월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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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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