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 정약용은 평생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조선말의 암흑기를 밝힌 선각자의 선두에 선 사람이 다산이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천주교 박해시기에 사학(邪學)의 누명을 쓰고 1801년부터 20년 동안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지냈기 때문이다. 강진의 작은 방에 머물며 공부하는 동안 다산의 두 무릎 밑의 복사뼈가 세 번 구멍이 났다.
여기서 ‘과골삼천’(踝骨三穿)이란 말이 생겨났다. 다산의 ‘과골삼천’을 바라본 제자 중 황상이 있었다. 황상도 스승을 본받아 복사뼈가 세 번 구멍이 나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학업을 연마했다. 하여 황상도 다산처럼 당대 유명한 석학으로 도약했다. (정민의 ‘삶을 바꾼 만남’ 중에서)
옥토와 풍부한 물은 포도나무에게 백해무익이다. 포도나무 바로 밑에 풍족한 물이 흐르고 있으면 십중팔구 그건 곧 사망선고와 같다. 왜냐하면 그런 부요한 환경 가운데서는 뿌리가 나태해져서 일하지 않는다.
뿌리가 일하지 않으면 포도열매는 겉만 비대해지고 당분의 밀도는 맹물처럼 묽어진다. 결국 열등한 포도를 맺고 만다. 뿌리가 일하지 않으면 이파리와 가지만 무성하고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열매의 숙성을 가로막는다.
포도나무를 잡초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모래밭이나 물이 고이지 않는 척박한 자갈밭 산지에 심어보라. 비탈 산지를 향해 90도 각도로 내려 쪼이는 강렬한 햇빛을 받는 포도나무는 배고프고 목이 타 견딜 수 없게 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하여 포도나무 뿌리는 몸부림치며 땅속 깊이 뻗어 내린다. 이런 치열한 탐색, 개척의 과정을 거치면서 포도나무 뿌리는 깊은 땅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영양소와 조우(遭遇)한다. 그 결과로 다양한 영양분과 최고의 향기를 가진 최상품 포도열매를 맺는다. 포도나무에게 고난은 쓰지만 숙성한 열매형성에는 유익이다.
과골삼천의 심오한 경지는 누구나 쉽게 도달할 수는 없다. 타는 목마름이 있어야 명품포도가 나오듯이 과골삼천의 심오한 경지도 타는 목마름에 맞닿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포도나무의 수액이 바삐 움직이며 뿌리가 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3월의 포도원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안 된다.
그건 낭패다. 그 해의 포도농사는 흉작이 되고 만다. 결핍에 직면하면 포도나무 뿌리는 강한 헝그리 정신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고난이 닥치면 죽기 살기로 땅속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로 거기서 최고의 명품 포도는 탄생한다. 이것이 과골삼천의 역설이다.
과골삼천의 경지에 도달하는 두 번째 요소는 창조적 실패다. 아브라함 링컨의 실패는 수많은 인구에 회자(膾炙)될 만큼 유명하다.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까지 17번 연달아 실패했다. 실패의 기간을 합산하면 전부 28년이 된다. 만일 링컨에게 이 창조적 실패가 없었다면 그는 결코 대통령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패의 28년 동안 링컨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묵묵히 인내하고 기도하면서 전진했다. 링컨은 늘 말했다. “나는 공부할 것이며, 준비할 것이다. 어떤 장애물도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시베리아 옴스끄 노동 수용소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7년의 영어(囹圄)의 삶은 내 안 존재하는 많은 것들을 파괴했지만 성경은 새로운 나를 창조했다." 모세, 링컨, 도스토예프스키가 독특한 휘광을 발한 것은 과골삼천의 과정을 거친 후다. 어두움을 직면하고 극복한 등대는 빛을 잃지 않는다.
<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