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성금 350만 달러로 재정위기 극복했으나 결국 폐교 사태
▶ 부실운영 책임 이사진, 재정공개 않고 사퇴도 거부‘독단’
현 이사회 기능·정당성 상실… 범동포 비상대책위 구성해야

지난해 11월 16일 LA 한인회관에서 열린 남가주 한국학원 사태 관련 타운홀 공청회에서 홍명기 M&L 재단 이사장이 윌셔초등학교 건물의 뿌리교육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지난 2018년 폐교한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윌셔사립초등학교 모습.
남가주 한국학원 파행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지난 50여년 가까이 한인 2세들을 위한 한국어와 뿌리교육의 산실이 돼 온 남가주 한국학원이 부실 운영의 늪에 빠지면서 뿌리교육의 제 기능을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러 한인사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윌셔사립초등학교의 급작스런 폐쇄 이후 뿌리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한인사회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고, 한국학원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사진 쇄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한인사회의 여론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한국학원 이사진은 이같은 요구를 무시하면서‘막가파’식 행보를 고집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사회 뿌리교육의 근간을 지탱해오던 남가주 한국학원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한국학원의 배경과 역사 및 현주소를 되돌아보며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첫 뿌리교육의 시작
남가주 한국학원의 뿌리는 한인 이민 물결이 몰아치기 시작하던 5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7월1일 캐네디 이민법 발효 후 나날이 증가하는 한인 이민가정의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잊지않게 하기 위한 뿌리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에 따라 뜻 있는 이민 1세들이 모여 지금으로부터 47년 전인 1972년 7월9일 지금은 사라진 대한인동지회 회관에서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무궁화학원’ 개원식을 가졌다. LA 주말 한글학교의 시초인 셈이다.
이후 등록생이 계속 늘어가면서 1974년에는 수업일을 일요일까지 확대했고, 1976년 2월에는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주 목적을 살려 ‘남가주 한국학교’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후 80년대 들어 1981년 재단법인 남가주 한국학원으로 거듭났고, 1998년 남가주 한국학교로 재개명했다가 다시 2000년 남가주 한국학원으로 되돌아와 현재까지 47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윌셔초등학교 건물 매입
‘남의 건물’을 빌려 수업하던 남가주 한국학원은 한국정부 지원과 한인사회의 성금 모금에 힘입어 1984년 2월10일 LA 한인타운 윌셔블러버드와 하이랜드에 위치한 현재의 학교 건물을 375만 달러에 매입했다.
이 단독 건물 매입을 위한 다운페이먼트 200만 달러는 한인사회의 각계 성금 100만 달러와 한국정부 지원금 100만 달러로 마련됐다. 그리고 나머지 175만 달러는 은행 융자금이었다. 이 건물이 바로 1985년 2월 LA 한국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가 지난해 폐교 사태를 맞았던 윌셔사립초등학교 건물이다.
이 건물을 마련함으로써 남가주 한국학원은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정규 초등학교를 운영하면서 명실상부한 남가주 한인사회 뿌리교육의 산실이 됐다. 이어 1992년에는 사립중학교, 1993년에는 사립고등학교까지 문을 열었다.
한인사회 성금으로 재정위기서 회생
그러나 재정위기로 1999년 멜로즈 중고교를 폐교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다. 멜로즈 중고교 폐교를 야기한 최악의 재정난으로 위기를 맞았던 남가주 한국학원은 또 한 차례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재정 위기를 맞은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가 지난 2000년 전원 사퇴한 뒤 홍명기 현 M&L 홍 재단 이사장이 주축이 돼 새 이사회를 구성, 한인사회에 남가주 한국학원 살리기를 호소하면 기금 모금에 나섰다. 이에 본보 등의 주도로 홍 이사장을 비롯한 한인사회 뜻 있는 인사들이 한국학원 살리기에 적극 동참했고 김명배 당시 LA 총영사를 중심으로 총영사관까지 나서서 성금 모금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 결과로 한인 동포들의 정성이 쇄도하고 한국 정부의 추가 지원금까지 합쳐져 350만여 달러가 조성돼 한국학원이 재정난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남가주 한국학원은 한인사회가 세운 한인사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잡았다.
부실 운영과 윌셔초등 폐교
이처럼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다시 재기해 순항하는 것 같았던 남가주 한국학원은 그러나 이사진의 전문성 부족과 부실운영 등이 겹치며 또 다시 재정위기가 찾아왔다. 멜로즈 중고교의 무리한 확장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극복하지 못한데다 안일한 학교 운영과 이사진 내분 등으로 학사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주말 한글학교들은 총 11개 지역에서 1,70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정체성 교육을 제공하며 제 기능을 다해왔지만, 윌셔사립초등학교의 경우 뿌리교육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학생수 급감으로 지난 2017년에는 더 이상 한인 학생을 찾아볼 수 없었고, 재학생 수도 2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그 결과로 결국 지난해 8월 윌셔사립초등학교는 문을 연 지 33년만에 갑작스럽게 폐교하면서 한인사회에 충격을 줬다.
책임 외면 이사회·뿌리교육 위기
윌셔사립초등학교의 폐교 사태는 상황을 이처럼 방치한 한국학원 이사회의 책임론을 불러왔지만 한국학원 이사들은 책임지는 모습을 회피하면서 학교 건물 활용 방안을 놓고 한인사회와 대립하는 등 행보를 보이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 측은 재정 공개를 미루고 공청회에 불참하는 등 투명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했고 한인사회 여론에도 귀를 닫으면서 독선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같은 상황 속에 그동안 잘 운영돼오던 남가주한국학원 산하 11개 주말 한글학교도 운영난에 봉착하게 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미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총영사관은 한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쇄신안으로 ▲한국학원 현 이사진 전원 자진 사퇴 ▲범 한인사회 차원의 새로운 이사진 ▲산하 한국학교 정부 지원금 재개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학원 이사회는 합리적인 쇄신안을 거부하고 이사진 사퇴 거부와 새언약초등학교와의 장기 임대 계약을 결정해버렸다. 이에 대해 한인사회에서는 “한국학원 기존 이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사퇴할 경우 그동안의 부실운영 상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버티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범동포 비상위 구성 정상화 나서야
LA총영사관 측은 현 이사진의 부당한 결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부실 운영 책임을 지고 현 이사 전원이 자진사퇴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총영사관 측은 이사회의 결정에 맞서 비영리단체를 감독하는 캘리포니아 주 검찰에 장기임대 계약 불승인을 요청하고 남은 이사진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제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남가주 한국학원 학교 시설은 남가주 당초 설립 당시의 한인 2세 뿌리교육과 정체성 함양이라는 취지에 맞게 활용되어야지 학교 시설을 통째로 3자에게 임대해 주는 것은 학교의 목적에 맞지 않고, 또 한국학원 살리기에 동참해 350만 달러의 성금을 모아준 한인사회의 뜻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가주 한국학원 정상화를 바라는 한인들은 한국학원이 한인 뿌리교육의 산실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명망 있는 원로들과 주요 단체 관계자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범 동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한국학원 파행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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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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