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억만장자 엡스타인 성범죄 사건’ 기자회견 하는 검찰[AP=연합뉴스]
미국 정·관계 거물들과 인맥으로 얽힌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파렴치한 아동성범죄 혐의로 기소되면서 워싱턴 정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와 얽힌 전·현직 대통령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린 것은 물론 알렉산더 어코스타 노동부 장관은 11년 전 엡스타인이 불기소 처분을 받을 때 관할 검사장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뉴욕 남부지검이 8일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한 엡스타인은 장기간 다수의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공소사실 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유력 인사와의 인맥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멋진 녀석”, “같이 어울리면 정말 재밌다”라고 평가하고서 “그는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엡스타인의 공소장에서 그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반사회적 행각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부메랑을 맞고 있다. 엡스타인이 14살짜리를 포함한 미성년자 20여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검찰이 엡스타인을 기소하기 전날 엡스타인의 체포에 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 “나는 그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반응했다.
엡스타인의 개인 비행기를 여러 차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황급히 선 긋기에 나섰다.
클린턴의 대변인은 “엡스타인이 수년 전 플로리다에서 인정했거나 최근 뉴욕에서 기소된 끔찍한 범죄에 관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엡스타인의 개인 항공기 이용과 관련해서는 “2002년과 2003년에 클린턴 대통령은 모두 4차례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탔다. 한번은 유럽으로, 한번은 아시아로, 그리고 두 번은 아프리카로 가면서 탔고 여기에는 클린턴 재단과의 업무에 관한 경유지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 고커의 2015년 보도에 따르면 비행 기록상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12번 넘게 탔다고 더힐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타인이 피해자들에게 성행위를 요구한 장소로 지목된 맨해튼의 고급 주택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인물을 인용해 그곳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사진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조계 안팎에서는 유력자들과의 인맥 등을 바탕으로 한 차례 법망을 비켜나간 엡스타인이 사건 발생 10년이 지나 다시 전격 기소된 만큼 연루된 다른 거물이 수사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버라 맥퀘이드 전 미시간주 동부지검장은 일간 USA 투데이에 쓴 기명 칼럼에서 “어쩌면 검사들은 플로리다에서 잘못된 대접을 받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단순히 옹호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혹은 어쩌면 검사들이 마음속에 엡스타인보다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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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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