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합세한 건 처음, 지하철 멎고 항공기 무더기 결항
▶ 출근시간 대중교통 막고,… 샤핑가 등 8곳서 대규모 시위...캐리 람 “법 수호할 것” 회견

5일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 반대 총파업 및 시위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최루탄 위로 주차용 고깔을 덮고 있다. [AP]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총파업과 시위로 홍콩의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5일(현지시간) 지하철이 멎고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되는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가 700만 홍콩 시민을 말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강력 대응방침을 고수해 홍콩 사태가 출구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명보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공무원, 금융인, 교사, 사회복지사 등 50만여명이 총파업에 동참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총파업을 기치로 이처럼 대규모 시민이 거리로 쏟아진 건 지난 6월 초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에서 관공서 직원들까지 합세한 총파업이 열린 것은 50년 만이다.
이와 동시에 젊은 층은 주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출근시간부터 대중교통 운행을 저지하는 게릴라식 ‘비협조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침사추이 등 도심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철 승강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는 등 지하철 운행 방해에 나섰다. 이로 인해 홍콩 지하철 8개 노선 일부와 공항 고속철 노선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다만 오후 들어 지하철은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다른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터널 입구를 막아 버스 운행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버스기사와 항공 승무원도 파업에 참여하면서 홍콩의 교통은 도처에서 제 기능을 잃고 시위의 물결에 파묻혔다. 특히 아시아의 허브를 표방해 온 홍콩국제공항은 관제사 부족으로 활주로 2곳 중 한 곳이 사실상 방치됐다. 민항처 소속 항공관제사 중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20여명이 총파업 참여를 위해 집단 병가를 내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캐세이퍼시픽 등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파업에 합류하면서 이날 수백여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했다. 평소 매시간 63편의 항공기가 홍콩국제공항에서 이륙했으나, 이날은 매시간 34편의 항공기만 이륙했다.
총파업의 기세를 몰아 송환법 반대 시위도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시위대는 입법회(우리의 국회)와 정부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를 비롯해 쇼핑가인 몽콕 등 홍콩 도심과 외곽지역 8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중국 개입 반대와 람 장관 사퇴, 송환법 철회, 체포된 시민의 석방을 외쳤다.
분위기가 격화되자 람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대를 향해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결연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는 총파업이 700만 홍콩인의 삶을 가지고 도박을 벌이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라”면서 “어떤 열망이든 이를 평화롭게 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3일 시위대가 빅토리아 항구의 게양대에 걸린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닷물에 던진 것을 거론하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위협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처럼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와 동료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댄서로 일하던 필리핀 남성(36)이 3일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경찰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홍콩 디즈니랜드의 동영상이 퍼져 당국이 진위 파악에 나섰다. 같은 날 체포된 한국인 남성(27)에 대해 한국 총영사관은 영사접견을 마쳤고, 시위 가담 여부에 대해 현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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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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