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몬드 경품을 놓고 추태를 벌였던 10년 전 LA 평통의 소위 ‘홀인원 조작 사건’이 문득 떠오른다.
지난 2009년 LA 평통이 기금모금을 한다며 열었던 골프대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홀인원 경품으로 내걸린 3만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평통자문위원들이 한 통속이 돼 인증샷까지 찍으며 홀인원을 조작했던 희대의 사건이었다.
당시 조작 당사자로 지목된 부회장이 제명됐고, 조작에 가담했던 전직 임원은 징계처분을 받았으며, 회장은 사퇴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으로 망신살이 뻗친 LA 평통의 신뢰와 권위 추락이다.
땅에 떨어진 평통의 명예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평통은 손가락질 받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10년이 다 지난 이 사건이 기억 속에서 다시 불려나온 것은 잇달아 터지고 있는 LA 평통 내부의 여러 불협화음과 잡음 때문이다.
최근 LA 평통에서는 임기를 한 달여 앞뒀던 현 회장이 대통령 표창 대상자에게 수상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그런가 하면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이름이 거론된 후보자들이 서로를 거칠게 비방하는 투서질로 회장 인선이 미뤄지기까지 했다.
임기를 한 달 남겨둔 평통 회장은 후원금을 낸 인사가 대통령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평통 내부 심사위원회가 이미 결정한 표창 대상자에게 수상 포기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문제는 그러면서까지 대통령 표창을 주려고 했던 자문위원은 다름 아닌 기금모금 골프대회에 후원금을 약속했던 인사였다는 데 있었다.
후원금을 낸다는 인사에게 실제로 표창을 약속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거래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실이다.
회장 인선을 놓고 벌어진 상대비방 투서질도 10년 전과 다름없이 반복됐다. 또 일부 후보자들 사이에서 회장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대가를 요구하는 밀약이 있었다는 믿기 힘든 추문도 떠돈다.
29일 평통 사무처가 19기 LA 평통 회장에 현 서영석 회장을 유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러 의혹과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서 회장 체제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평통이 한인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는 오래됐다. 매 2년마다 돌아오는 평통 회장과 위원 선정 때가 아니면 관심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평통은 유명무실하다.
평통 회장 인선을 둘러싼 투서, 대통령 표창과 후원금 거래 의혹 등 잡음이 불거져야 비로소 관심을 끄는 평통을 과연 통일을 위해 힘을 모으는 단체라 할 수 있을까.
몰론 이 지경이 된 데는 한국정부의 책임이 크다. 평통을 해외 한인사회의 통일역량을 한데 모으는 단체로 여기기보다 한인사회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위한 친정부단체 정도로 여겨온 역대 정권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며, 현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동포사회의 신망을 잃어버리고 관심에서도 사라진 평통이 문 정부가 내세우는 소위 ‘적폐를 청산하고 본연의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자문위원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한 인사는 “평통 무용론이나 폐지론을 거론하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식상했다”며 “평통 스스로도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 평통의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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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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