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제 많은 집안에 늦둥이로 태어나 거의 외동처럼 자랐었다. 다 큰 오빠들과 언니들 사이에 있다 보니 아무도 나하고 놀아 주지 않아서 혼자서 노는 거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나마 그들이 읽는 책들을 읽고 몇 마디 아는 척을 하면 그때서야 오 제법인데 하는 눈초리로 나를 봐 줬던 거 같다. 제대로 이해도 못 하면서 읽은 책들도 많았지만 그래서 내가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읽는 책에 빠져서 살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그런 나는 또 그들이 듣는 음악에도 많이 열중했었다. 한쪽에서 언니들이 클래식이나 오페라를 듣고 있으면 옆방에선 오빠들이 락엔롤이나 팝송을 듣는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나는 극과 극적인 체험을 할 때가 많았었다.
보통 아기들이 하듯 두 손 두 무릎으로 긴 적이 한 번도 없고 엉덩이로 밀고 다녔다는 나는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달리기도 잘 못했고 공도 무서워 해 운동에는 통 관심이 없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운동 실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전거도 오빠가 뒤에서 잡아준다고 하면서 놓아 버린 상태로 타다 하루 만에 배웠고 스케이트도 언니들이 양쪽으로 잡아 줘서 하루 만에 배워 혼자 꽁꽁 언 논두렁 얼음판을 잘만 타고 다녔었다. 사실 골프만 빼고 어느 스포츠든 거의 하루 만에 습득하긴 했지만 워낙에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나의 취미 활동을 보면 거의 다 정적인 것들이다.
그러다 사회 생활을 하고 시간에 쫓기면서 살다 보니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 감상이라던지 그림 그리기, 독서, 글쓰기 등을 멀리하는 시간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얼마 전 스트레스가 최고치로 올랐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문득 우울한 마음으로 집안 정리를 하다 예전에 듣던 CD들을 발견하고 그 음악들을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머나 세상에, 몇 곡을 듣기도 전에 옛 추억들과 함께 마음에 평온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계속 듣다 보니 잔잔한 기쁨마저 느낄 수 있었고 왜 내가 이런 기쁨을 멀리하고 살았는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나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에 즐기던 것들, 열중하던 것들도 있고 새로 개발한 것들도 있으며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것들도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서이다.
<이숙진(보험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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