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놀라운 장면을 발견했다. 학생들이 침낭을 가지고 와서 행정 사무실 복도에 다같이 취침을 한다. 다음날 아침부터 리더의 호루라기 소리와 구호에 맞춰 아주 부담스럽게 급여 담당 직원 뒤를 쫓아다닌다. “당장 청소부들에게 알맞는 대우를 해주어라!” “창피한 줄 알라, 하버드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이들은 내 이웃의 형편과 처지에 관계없이 그(녀)가 당하는 부당한 현실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당장 청소부의 시급이 올라간다고 그들의 삶과 무슨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까. 그런데 이것이 바로 주인의식을 가진 자의 시선의 높이다. 주인의식 속에는 남을 긍휼히 여기는 이타심이 작용하고 있다.
도매상 아르바이트 시절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다. 아마존이 모든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갑자기 대폭 할인 행사에 들어가자 손님들이 와서 묻기 시작했다. 특정 손님들 왈, “할인된 가격에서 더 내려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VS 다른 손님들 왈, “이곳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운영한 것으로 기억해요, 안타까워요. 힐러리(내 영어이름)씨는 직업을 잃게 되는 건가요? 다른 곳을 좀 알아봤어요?” 오지랖이 아닌 그들의 차원 높은 일상이었다. 나도 모르는 묘한 권위를 느꼈다. 분명히 그들이 요구하지는 않았다. 갑질에 등 떠밀려 주는 권위가 아닌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권위를 나도 모르게 주고 있었나 보다. 비록 일자리를 잃게 될 계산원이지만 마음만은 이들처럼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날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앓는 소리 대신에 이웃의 삶을 물어 봐주고 더 세심하게 다뤄 주기로. 택도 없이 낮은 자리에서 선망하는 삶의 모습을 살아냄으로써 내 몸이 기억하도록 말이다. 나를 상대화시켜 느껴보고 사람들의 의식 속에 각인될 나의 모습을 미리 살아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서툴렀다. ‘난 무엇을 줄 수 있나’ 보다 ‘무엇을 받을까’에 늘 관심이 많았으니까. 이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타인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앞가림도 어려운데. 하지만 그 속에 내 앞가림의 답이 종종 등장한다. ‘사이 간間’을 품은 인간人間은 부부 간, 형제 간의 관계적 동물로 만들어진 바이며 그 연대 속에 문제와 답이 공존한다.
<유명현(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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