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하고 유능한 사람, 언뜻 들으면 최근 한국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각종 인사청문회에서 찾고 있는 인재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30년전 다녔던 서울 어느 여자중학교 각 교실마다 액자로 걸려 있던 학교 교훈이기도 하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개막식 폐막식 행사를 준비하는 여상 고적대의 예행연습으로 3년 내내 뒷운동장이 시끌벅적했었던 그때 그 시절, 갓 초등학교를 마친 아이의 눈에 드넓게만 보였던 황량한 운동장에는 여중, 여고, 주·야간 여상, 큰 강당과 체육관, 야외음악당 등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갑자기 무거워진 책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만원버스에 올라 종점에서 내려 큰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들어가던 단발머리 여학생들의 긴 행렬... 중학교를 제외하곤 모두 남녀공학을 거쳤던지라 여자 중학교를 다녔던 그때의 3년간 기억들은 특별한 잔상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살다보니 그 당시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보다도 먼저 ‘선량’과 ‘유능’이라는 그때의 학교 교훈이 생각나면서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두 단어의 조합과 균형이 최근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 시대는 자녀들에게 수많은 능력을 보유시켜, 그 능력들로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에서 남들보다 우위를 점하도록 하는 것 역시 부모의 능력이자 인생 목표가 되어버렸다. 어려서부터 영어 비롯 주요 과목 실력 관리는 기본으로, 악기, 미술, 스포츠 등 기타 특기 활동에서도 끊임없이 우수함과 독특함을 요구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의 입시도 매한가지이다. 광풍 같았던 대학입시만 지나면 한 고비 넘을 줄 알았으나 취업하기 위해 지금 세대 아이들이 넘어야 할 인생의 산맥은 더욱더 험난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당시 십대 여학생이 자라나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조차도 인성보다는 각종 서열과 스펙을 강조하는 언행과 가치관으로 살지 않았나, 내 아이만큼은 선한 성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격체로 키워왔는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온화한 품성과 예의를 기본으로 장착한 유능한 인재를 꿈꾸고 소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엄마들의 마음과 정성만큼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인재들이 보이지 않게 떠받치고 있는 힘과 저력으로 이 사회가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음이라 믿는다.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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