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님의 시 중에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가 있다. 몇 년 전 어느 모임에서 어떤 분이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갈 때 몇 십년 전 자취방에서 연탄불 갈던 그 시절 연탄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은 기억이 났다. 어쩌면 연탄이라는 사소한 주제로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시 내용 중에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문장은 가끔 생각이 난다.
정말 사소하게 보이는 연탄재. 활활 타올라 꾸준히 방의 온도를 지켜주고, 음식을 익혀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불사른 이후에도 울퉁불퉁한 골목골목에 뿌려져 마지막까지 버릴 것없이 쓰임을 다하는 연탄재. 이미 불태우고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하잖이 여겼던 연탄재가 나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뜨거운 열정을 다해 불태우며 쓰임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었는가? 라는 질문... 그날 이후로 나는 연탄에 빗대어 나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았다.
또 연탄을 태우다보면 반쯤타다 꺼지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아까운 마음에 다시 그 연탄을 어떻게든 태우기 위해 위로 아래로 뒤집어 불을 붙이는데 열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과거에 잘 나갔던 사람, 끝까지 잘 나가는 사람, 과거에는 잘 나갔는데 지금은 힘든 사람, 과거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잘 나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는데, 연탄을 보며 다시 용기를 얻었다. 지금 내가 타다만 연탄이라도 다시 불태울 수 있는 불씨를 찾아 다시 끝까지 태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고등학생 시절 매일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우리 커서 무엇이 되자, 어떤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자며 다짐을 했던 나날들이 무색하게도 지금의 내 모습은 아이들 엄마라는 핑계로, 또 이런저런 이유로 ‘나’ 의 꿈은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이 없는 이상이 되어버렸다.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내일은 오고, 내년은 온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끝까지 아낌없이 탈 연탄인가? 중간에 꺼질 것 같은 불안한 연탄인가?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웠어! 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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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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