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맛에 학교를 다니는 것 같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비슷한 수업을 듣고 클럽 활동을 한다. 전에는 픽업해주지 않으면 친구들과 행아웃 약속 잡기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자전거와 칼트레인으로 점점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집에 있으면서도 화상채팅창을 켜놓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숙제를 하곤 한다. 친구가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길게 하기 시작한 시기,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중요했던 시기, 친구와 같이 먹던 분식집 떡볶이가 맛있고 뭘 해도 재미있던 시기, 아침조회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하루종일 학교에서 지내면서, 쉬는 시간마다 매점과 화장실을 같이 가던 친구가 있던 시기, 또래 집단이 중요해지고 그 사이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가치관과 정체성이 성립해가던 청소년기가 있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같이 보내준 그 친구가 없었으면 나의 사춘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 학창 시절 친구, 사회 친구들을 사귀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조리원 친구, 지역 맘카페 친구들이 생겼다. 특히 아이들끼리 어릴 때부터 서로 친하고 엄마끼리도 성격이 맞아서 이십여년을 같이 어울리며 자녀를 키워낸 친구는 인생의 전우같은 느낌이다. 인생의 전개에 따라 구비구비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좋은 친구들이 나타나고 사귀고 살아가다가 미국으로 이주하면서도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도 비슷한 취미를 가진 북클럽 친구가 생기고, 동네 산책 친구도 있다.
이제 사춘기를 통과 중인 아들도 점점 더 많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정을 쌓는 과정에서 기쁘고 슬프고 격려받고 갈등하면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내 인생에 또 어떤 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조이럭 클럽의 엄마들처럼 매주 게임을 하면서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고, 맘맞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코바늘 뜨기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친구란 두 몸에 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배우자도 인생의 동반자고 자녀도 내 삶의 친구이다. 같이 있기만 해도 즐겁고 힘이 되는 사람들이 고맙고, 나도 그들에게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지면을 빌어 친구들에게 꼭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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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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