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부로 살다보니 아까운 것들이 몇가지 있었다. 처음 미국으로 시집와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 모르는 것도 많았고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아서 낯선 미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첫째, 미니멈 페이먼트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남편 이름으로 온 크레딧카드 빌을 보면서 미니멈 페이먼트만 내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바보같아 보였다. 일시불로 납부하지 않으면 아무리 갚아도 원금을 갚아내기가 힘든 시스템에 말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 개념이 없어서 그랬는지(우선 적게 내고 보자는 심산이었는지), 아무튼 그렇게 하고 있었다. 천천히 갚으면 이자만 늘어나는 이 상황을 참지 못한 나는 남편을 종용해 우선순위를 크레딧카드 빚 갚는 것으로 정하고 노력했다.
둘째, 팁을 내놓기가 아까웠다. 팁 개념이 없는 한국생활에 익숙해서였는지 팁을 내는 것이 그렇게 아까웠다. 주인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일하는종업원들에게 손님들이 또 돈을 내는 것이 마치 이중과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미국생활 26년째이다 보니 팁을 내는 것이 생활화되어 친절한 종업원들에게는 팁을 더 얹어주고 있다.
셋째, 주부들이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물론 손이 빠른 주부들은 밥도 설거지도 척척해 내지만 나를 비롯해 그렇지 않는 주부들은 이 시간이 매우 길다. 한 끼에 2~3시간을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을 합친다면 두 끼만 해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이렇게 써버린다. 이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것 같아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기로 했다. 부엌일을 하는 동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도 듣고 뉴스도 듣고 설교와 강의도 듣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 집안일도 능률이 오른다.
넷째, 세일이 아닌 물품을 사는 것이 정말로 아깝다. 그래서 나는 백화점의 세일 품목이나 아울렛의 물건 사는 것을 즐긴다. 어쩌다 파이널 세일에다 클리어런스의 노란 딱지가 붙은 상품을 사게 되는 날앤 마치 내가 돈을 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깝다’라는 생각이 시간과 돈의 절약으로 이어지고, 풍성함과 만족함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듯해서 나는 오늘도 아까워하는 마음을 사랑한다. 새해에도 아까운 것들을 가치있는 것으로 바꾸는 삶의 지혜가 늘어나길 소망한다.
<엄영미 (SF갓스이미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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