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기모치는 1971년 일본이민 3세 청년들이 60세 이상의 시니어들을 잘 돌보기 위해 세운 비영리 봉사기관입니다. 그 청년들이 이제는 은퇴를 할 정도로, 꾸준히 한마음으로 운영해온 곳입니다. 일제시대에 학교에서 일본말을 배운 한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기모치에 와서 공공보조 프로그램과 관련된 영어 번역이나 서류작성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기모치에서 일본말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한인들을 위해서 한인 소셜워커를 채용했고, 제가 5년 전부터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1년동안은 제 전임자들이 자주 바뀌어서인지 오래 일해달라는 말씀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기모치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 주변에 노인 아파트가 많지만 한인 지역봉사기관이 없어서 시니어분들은 급할 때면 제게 연락합니다. 교회에서도 연세 드신 분들을 만났지만 기모치에서 일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 등 수많은 고난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키워내느라 고생한 이민자들의 이야기에 함께 아파했습니다. 대부분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몸이 아파서 병원 예약하는 것도 도와 드려야 합니다. 해마다 갱신해야 하는 아파트 서류나 의료보험 서류도 누군가 도와줘야 합니다. 도움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지도 알려주고 연결해주어야 합니다.
지난주에는 어떤 분이 오셔서 제가 만약 일을 그만두면 기모치에서 한인 소셜워커를 또 채용할 지를 제게 물으셨습니다. 제가 아직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도, 또 다른 걱정을 하십니다. 기모치에서 한인 소셜워커란 자리가 없어질까봐 불안하신 모양입니다. 북가주 한인 이민역사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 한인들이 세운 지역사회 봉사기관이 없어서 한인 어르신들이 일본사람들이 세운 기관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어르신들이 주중 언제든지 필요한 도움을 받는 한인 봉사기관이 세워지기를 기다립니다. 이제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자녀들과 한인사회가 돌봐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현희 (기모치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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