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9만 명을 넘은 프랑스에서 전국적 이동제한령을 피해 시골마을 별장으로 옮겨간 한 유명작가의 ‘피난기’가 공분을 사고 있다. “부르주아 작가의 무신경한 향락적 취미”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비판에 직면한 작가는 소설 ‘달콤한 노래’로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레일라 슬리마니다. 그는 정부의 이동제한령 발동 직전인 지난달 13일 한적한 시골마을로 거처를 옮긴 뒤 같은 달 18일부터 일간 르몽드에 ‘격리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첫 격리일기엔 “아이들에게 이것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다. 그는 “방의 창 틈으로 언덕 위의 여명이 동터 오는 것을 보았다”면서 “풀잎에 서리가 내리고 보리수나무엔 첫 싹이 움텄다”고도 했다.
지난 3일의 여섯 번째 일기에는 “갓난아의 피부는 엄마의 배 위에 포개지고 우리는 태양의 애무와 사랑하는 이의 시선에 자신의 피부를 드러낸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전염병이 타인의 피부를 점점 덜 만지게 되는 경향을 악화시켰다”고 적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때에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불가피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낭만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다.
당장 서민들의 고난을 외면하는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소설가 디안 뒤크레는 “베르사유 트리아농궁에서 농부 흉내를 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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