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트래픽의 1/3이 사용한다는 온라인 스트리밍 업계 1위 넷플릭스가 이례적으로 한국 감독의 영화 제작을 전액 투자한 사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봉준호의 ‘옥자’이다. 봉준호의 천재성은 ‘기생충’의 오스카 싹쓸이로 증명됐다. 2017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옥자는 아직도 나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할리우드 대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미 봉준호와 여러번 호흡을 맞춘 그의 절친 틸다 스윈튼,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아역 때부터 얼굴을 알린 릴리 콜린스,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면 영화를 거절하기로 유명한 폴 다노와 제이크 질렌할까지 알 만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은 많은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미국과 한국을 끊임없이 오가면서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돼지라는 주연동물은 영어권 나라, 한국, 그외에 많은 나라들에게도 친숙히 다가가 메시지를 전달한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높은 질의 자막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사 해석의 문제도 간편하게 해결되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동물의 권리, 가축의 대량 사육, 자본주의 속 소비자들의 무지함 등의 문제들을 꼬집는다는 것이다. 비거니즘, 채식주의 등의 사상이 급증하는 우리 사회에서 옥자는 단순히 고기가 맛있고 싸서 육식을 즐기는 인간들의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한 본성을 비판한다. 옥자는 미자와 시골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준 가족이다. 이러한 설정 역시 육식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단순한 오락 영화와는 큰 차별점을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용감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돼지고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한국에 던지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후 일주일간 고기를 먹지 못할 만큼 나의 식습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또한, 개봉 후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모두 이 영화를 보이콧했다. 봉준호 감독은 국내 배급사와의 단절이라는 위험을 용감하게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해 한국의 많은 영화광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봉준호 감독은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게 아닌, 바닥부터 천천히 입지를 다진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기생충의 부담을 이겨내고 다음 작품으로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허경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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