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은 나에겐 정말 고통스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미 시작한 계약 때문에 빈 집에 계속 월세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휴학을 고려하는 것과 내 계약을 넘겨받을 사람을 구하는 과정은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CE가 6일 발표한 공지문에 나는 패닉에 빠졌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유학생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비자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정신이 나가 있었다.
일하는 내내 끊임없이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페이스북의 유학생 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하루 종일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퇴근하는데, 지하철에서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내가 가족 형편에 맞지도 않는 많은 돈을 내면서 합법적으로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다. 기사에 나와 있는 대통령의 얼굴만 봐도 미친듯이 짜증이 났고 ‘이 공지를 발표할 시간과 돈을 코로나 사태에나 투자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집에 와서 엉엉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엄마가 화들짝 놀라셨다. 대학생활에 대한 욕심도 있고, 엄마 아빠의 기대에 미치는 똑 부러진 딸이 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털어놓으니 엄마는 웃으며 괜찮다고 안아주셨다.
미국 유학생은 흔히 미디어와 학교 내에서 명품을 온몸에 휘두른 사람으로만 과장된다. 정작 나는 치폴레에서 줄을 서는 내내 과카몰레를 추가할지 말지를 수백번도 더 고민하는데 말이다. 이 발표로 인해서 나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유학생활의 어려움, 서러워서 살겠나.
<허경 / UC 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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