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생은 은퇴 후부터. 평생의 생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가족과 먹고 사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부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긴다. 또 어떤 이는 남을 위한 봉사의 시간 속에서 보람을 찾는다. 은퇴 후 ‘뒷방 늙은이’로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열어젖힌 한인들을 찾아 그들의 꿈과 행복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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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로봇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한 한 남자가 은퇴 후 애견 미용사가 됐다. 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김기화씨(64).
그는 1989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의 산업용 로봇 제작 회사(Sun-Tec)에서 엔지니어로 재직했다.

“1980년대 초 메이지대학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하고 동경공업대학교 정밀공학 연구소에서 공부를 마친 뒤 일본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 16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고 그 후 8년은 한국에서 살다 1998년 미국에 와서 일본의 그 로봇회사의 한국지사와 중국지사를 관리하다 은퇴했습니다.”

2009년 은퇴하자마자 그가 새롭게 시작한 제2의 인생은 애견미용사. 그는 “그냥 놀면서 노후를 허송세월하기 싫어 할 일을 찾다가 개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애견 미용사를 선택하게 됐다”며 “그루밍 스쿨에서 1년 정도 애견미용을 배운 후 10년 동안 애견샵에서 일하다지금은 페어팩스에 위치한 펩코에서 일하고 있다”고 그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개를 만지면서 목욕도 시켜주고 덴탈도 관리해 주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 일이 적성에 맞고 수입도 괜찮아 할만하다”면서 “은퇴하고 뭘 할지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직업이라고 추천을 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즈음, 애견 미용샵을 내년쯤 오픈한다는 기대와 즐거움에 빠져 있다.

은퇴한 그가 꿈꾸어온 또 다른 계획은 미 대륙횡단. “미국에 살면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 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 떠나고 싶었다”는 그는 1년에 한 번씩 대륙횡단을 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2019년 9월 22일 첫 대륙횡단을 떠났다. 버지니아를 출발해 시카고,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유타, 네바다,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엘파소, 신시내티를 거쳐 장장 19일간 여행을 했다.
개조한 미니밴을 타고 캠핑, 호텔, 지인의 집 등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경비는 최소화하면서 산과 사막, 광활한 자연을 벗 삼아 다니며 재충전하고 왔다고 한다.

또 지난 9월5일에도 두 번째 대륙횡단 여행을 부인 김성임 씨와 떠나 덴버, 콜로라도, 솔트레이크, 유타, 애리조나, 요세미티 국립공원, 피닉스, 달라스, 조지아를 거쳐 20일에 돌아왔다.
앞으로 매년 다양한 코스로 미국 대륙횡단을 하겠다는 김기화 씨는 “은퇴 후 제 2의 직업을 갖고 즐겁게 살면서 1년에 3주 정도는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었던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은 나에게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버지니아 놀쇠)와 페이스북에 자신의 여행기를 올려 공유하고 있다.

<윤양희 기자>